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이 싸움처럼 끝나버린 용산개발


동네 놀이터에서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싸우고 있었다. 동생이 가진 과자를 형이 뺏으려고 하자 동생은 혼자 먹겠다고 서로 눈을 흘기고 있었다. 문득 덩치가 작은 동생이 형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자 결국 과자를 땅에 버리겠다고 형을 위협했다. 형은 동생이 '맛있는' 과자를 버릴 리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버려봐. 버리지도 못할 거면서." 결국 동생은 과자를 땅에다 내팽개치고 말았다.

이 싸움의 교훈은 뭘까. 서로 양보하면 모두 행복해진다 정도. 아직 '양보의 미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광경이라고 웃어넘길 얘기다.


31조원이나 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서 이 어린 형제들의 싸움 같은 광경이 연출됐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출자사들이 서로 으르렁거릴 때만 해도 '설마 사업이 망가지기야 할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디폴트를 앞두고서도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고 결국 민간출자사들의 양보를 요구하는 '특별 합의서'를 만들어 출자사들에 동의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업을 무산시키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도 민간출자사들은 믿지 않았다. 코레일이 사업을 무산시킬 리도, 무산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드림허브이사회에서 정상화 방안은 부결됐고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이 부결되자 곧바로 청산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출자사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상황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코레일도 자신의 으름장대로 됐지만 손해만 가득한 상처뿐인 승자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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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민간출자사는 정부의 중재 요청과 함께 새로운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하우스푸어'가 돼버린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위해, 용산사업 회생을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용산개발사업을 지켜보면 정작 필요한 것은 뛰어난 지혜가 아니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보다는 내 것을 하나 더 내려놓는 미덕, 그것이 없었기에 용산사업은 쓴웃음만 남는 결말을 맞게 됐음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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