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프리카 딜레마에 빠진 미국

中, 120억弗 콩고 인프라 공동투자 제안

中, 환경파괴 주범 몰리는 등 저개발국 독자진출에 한계

신뢰회복 노려 美에 협력카드

美, 阿진출 소극적 비판 탈출 기회

국제사회 中 발언권 확대 등 부메랑 될 가능성 커 고민


중국이 기존의 저개발국 진출전략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에 아프리카·아시아 등에 대한 인프라 공동투자를 전격 제안했다. 글로벌 헤게모니를 놓고 경쟁하던 중국이 의외의 카드를 던지자 미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공동협력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보다 진출이 한발 늦었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지배 질서에 더 오래 묶어놓을 수 있다. 대신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내에서 중국의 발언권 확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파트너십 구축 제안을 거부할 경우 국제 개발원조 사업을 놓고 무한경쟁이 지속될 게 뻔한데다 중국의 독자적인 국제금융망 설립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120억달러 규모의 댐을 건설하는 '잉가(Inga)-3 프로젝트'의 금융, 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공동협력을 지난해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했으며 아프리카 외에 네팔·파키스탄 등의 대형 프로젝트 공동투자 여부도 협의했다.

잉가-3 프로젝트는 세계 2위인 콩고강 수량을 이용해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를 건립하는 계획이다. 최대 전력 생산량은 4만MW로 사하라사막 이남 전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 3개를 합친 전력 생산량의 2배에 이른다.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스페인 등 3개 컨소시엄이 입찰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용 WB 총재도 최근 선진국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표류하던 잉가-3 프로젝트에 대해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전한 상태다.


중국의 이번 제안은 아프리카 진출전략의 전면수정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10여년간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를 흔들고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저개발국에 대한 공격적인 원조나 인프라 투자에 골몰해왔다. 중국의 개발도상국 대출 규모는 조만간 WB를 추월할 게 확실하다. 특히 중국은 다른 브릭스 국가와 함께 미국 주도의 WB와 IMF에 맞서는 신개발은행(NDB)과 미니 IMF를 오는 2016년 출범시킬 예정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독자적인 저개발국 진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도로·병원 등 모든 인프라를 직접 건설하는 바람에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현지에서도 커지고 있다. 또 몇몇 국가에서는 부패조장과 환경파괴 등의 주범으로 정치적인 궁지에 몰려 있고 차관 제공 대가로 원자재 수입 계약을 맺었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WB와 동반 진출할 경우 그동안 불가능했던 국제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다. WB의 데이비드 달러 전 중국 담당 수석은 "중국은 과거에 무차별적으로 벌여놓은 프로젝트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미국과 공동 프로젝트 제의는) 리스크 회피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제의는 미국에도 달콤한 카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과 WB가 아프리카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중국의 제의로 일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5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처음으로 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33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중국 견제에 시동을 걸었다. FT는 "중국의 전례 없는 제안이 성사되면 국제 개발원조 사업에서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에서의 양국 간 긴장완화에도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협력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딜레마다.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지도자에 대한 뇌물제공 등 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판에 미국마저 각종 스캔들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중국이 WB 등과 공동협력에 나설 경우 국제 금융기구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환경파괴를 우려해 대규모 댐 건설에 반대하는 의회나 시민단체의 반대도 돌파해야 한다.

FT는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비록 내부분쟁은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WB와 IMF가 (국제금융 질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며 "제안을 거부하면 (중국 주도의) 경쟁금융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