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2도 있다=양학선은 런던 올림픽 예선에서 ‘여2’와 ‘쓰카하라 트리플(이상 난도 7.0)’로 2위에 오른 뒤 결선에서 양1(난도 7.4)과 쓰카하라 트리플을 구사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이름을 딴 여2는 양손으로 도마를 짚고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이다. 양1은 여기서 반 바퀴를 더 돌아 1,080도를 비틀고 내려오는 기술. 또 쓰카하라 트리플은 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를 비트는 것으로 양학선이 착지에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기술이다. 1차 시기에서 양1으로 승부수를 던진 양학선은 2차 시기에서 쓰카하라 트리플을 무결점으로 선보이면서 압도적 금메달을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작전의 승리였던 셈이다.
자주 쓰지 않던 양1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양학선은 올림픽 후 양2에 매달릴 예정이다. 양1보다 반 바퀴를 더 도는 ‘상상의 경지’. 양학선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양2를 몸에 익히고 있다. 2010 세계선수권(도마 4위)이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었던 양학선의 진짜 비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타고난 큰 무대 체질=결선에서 연기 순서가 마지막이었던 양학선은 경쟁자들의 점수에 따라 기술을 조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였다. 앞선 선수들이 뜻밖의 고득점을 올리면서 심리적으로 불리한 처지로 몰렸지만 양학선은 최대 경쟁자인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ㆍ16.399점)의 차례 때 오히려 “내가 준비해온 것을 다 쓸 수 있게 제발 16.266점을 넘겨라”고 빌었다고 한다. 라이벌을 응원한 셈이다.
바람대로 아블랴진은 양학선이 양1을 구사하게 만들었고 양학선은 위기에서 더 빛난 ‘슈퍼 히어로’로 등극, 태극기를 망토처럼 등 뒤로 둘렀다. 동메달도 못 따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던 양학선이지만 가장 중압감이 큰 무대에서 연습 때보다 더 깨끗한 양1을 성공시켰다. 양학선은 “한국에서는 체조가 비인기 종목이지만 나를 통해 후배나 유망주들이 꿈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