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물러설 때가 아니지

제4보 (31~44)



흑31로 맞받아친 이 수순이 중요하다. 보통은 참고도1의 흑2로 웅크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다. 물러서면 나중에 백이 3으로 밀고들어가는 즐거운 권리가 남는다. 계속해서 백이 A로 몰고 흑이 B로 따낼 때 C로 넘어가는 큰끝내기까지 남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3이 아니라 D를 선수로 활용할 수도 있는 문제. 만약 백D에 흑이 아랫쪽을 응수한다면 4의 자리에 두어 생환할 수 있다. "아무리 그런 뒷맛이 남는다고 해도 물러서서 귀를 확보해두는 편이 현명한 것 아닐까."(필자)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라니까요."(윤현석) "왜지?"(필자) 왜냐하면 지금은 흑31 이하 37로 분단하는 것이 평소보다 아주 즐거운 수순이 된다는 사실. 왼쪽의 백3점을 정조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흑39가 반상에 턱 하니 놓이자 백 3점이 여간 고단해 보이지 않는다. 백40은 얼핏 눈에 띄지 않는 맥점이자 급소에 해당한다.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로 절단을 서두르는 것은 책략 부족. 흑2면 백3의 수비가 필수인데 4, 6으로 활용당하고 흑8(7은 이음)이 놓이면 백의 수습책이 매우 궁색하다. 백40, 42로 힘을 키워놓고서 비로소 44로 절단하자 흑도 상변쪽 미생마를 수습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어떻게 된 거야? 흑이 살기가 어려워 보이네. 혹시 죽은 거 아니여?"(필자) "백의 포위망에 허점이 없다면 흑이 자체로는 살 수 없는 궁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포위망이 엉성해서 흑이 호락호락 잡히지는 않을 것 같아요."(윤현석) 도대체 어떻게 산다는 것일까. 수읽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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