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銀 '씨티銀 따라하기' 가속화



국내銀 '씨티銀 따라하기' 가속화 한국씨티銀 출범 6개월…한국금융시장도 '윔블던효과'?금리전쟁·해외펀드 판매등 공격적 경영에은행전쟁, 토종-외국계銀 구도로 전환조짐'가격'서 서비스경쟁으로 시장변화 예고도 씨티은행이 한국금융시장에서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를 도출할 것인가. 글로벌 리딩 은행인 미국의 씨티그룹이 지난해 11월 한미은행을 인수,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 지 6개월째를 맞아 전국 각지의 점포에 기업이미지(CI) 통합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글로벌 은행의 한국 진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면서도 은연중 ‘씨티은행 따라하기’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시도하는 각종 영업전략에 대해 국내 토종은행들이 철저히 맞대응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 국내 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인 쏠림현상의 연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내 은행들의 씨티 따라하기 경향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 전개돼온 은행 전쟁(bank war)이 토종과 외국계 은행의 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4월 중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B)의 제일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 같은 구도는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 따라 가속화=씨티은행 따라하기의 1차전은 특판예금의 금리인상 경쟁이었다. 씨티는 지난해 11월 출범과 동시에 최고 연 4.6%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해 열흘 만에 1조원을 끌었모았다. 이에 맞서 국민ㆍ하나ㆍ우리ㆍ기업 등 국내 은행들이 특판예금 판매에 적극 나서 국민은행에서만 두달 만에 8조원을 끌어모았다. 2라운드는 예금금리 낮추기였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에게 초기 6개월간 이자를 0.25%포인트 낮춰주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아파트파워론을 통해 최고 0.3%포인트의 금리를 낮추는 마케팅을 실시했고 신한은행도 주택담보대출 특별 우대금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경향은 전통적인 예금ㆍ대출 부문을 넘어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일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 출신 전문딜러를 포함해 70명을 투입한 딜링룸을 개장하고 딜링 부문에서 1위로 부상했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도 지난달 21일 73명의 딜러를 한 곳에 모은 딜링룸을 개설, 씨티를 따라잡았다. 씨티의 강점인 해외펀드 판매 분야에서도 국내 은행의 맞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4회에 걸쳐 800명의 우수고객을 초청한 해외펀드설명회를 전격 개최했다. 이는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28일부터 실시옮塚薇眉宅맙?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아직 조직통합을 마무리하지 않았음에도 일선 영업현장 곳곳에서 이미 그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은행들로서는 아셈?영업전략을 벤치마킹하고 때로는 집중 견제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임으로써 전쟁양상은 참호 없는 전면전으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씨티가 강한 이유=토종은행들은 한국씨티은행이 모그룹인 미국 시티은행이 그런 것처럼 역시 ‘소비자 금융’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낮은 금리로 조달한 풍부한 자금으로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이나, 기존 시중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용대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등 분명히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또 한국씨티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씨티의 영업전략은 씨티그룹의 영업전략과 맞닿아 있다. 씨티그룹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2억명에 이르는 방대한 고객층, 전체 매출의 55%를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올릴 정도로 신용대출이나 카드 등에서 강점을 가진 은행으로 손꼽힌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형성된 금융기법(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리스크 관리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는 씨티만의 강점이라는 것. 또 잘 훈련된 인력과 성과급 중심의 보상제도도 국내 은행과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토대로 씨티는 현재 개인고객군을 개인사업자와 고소득 전문직, 일반 고객 등으로 세분화해 본격적인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씨티가 내부 통합작업을 마치면 본격적인 영업전쟁을 벌여 옛 한미은행의 주특기이던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한국씨티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와 서비스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연령층별로 세분화된 마케팅과 함께 비은행상품에 대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씨티은행이 한국시장 소비자금융의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씨티은행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고객정서를 고려한 현지 토착화 영업전략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국내 토종은행들의 거센 도전도 만만치 않은 장벽이다. 국민ㆍ신한 등 토종은행들이 발빠르게 맞대응에 나서면서 신규 고객 확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씨티 근무경력이 있는 모 시중은행 임원은 “씨티그룹의 선진적인 금융시스템은 어떤 은행이나 인정하고, 배우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씨티그룹의 현지화 전략이 국내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진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개의 지점으로 소수의 거액 자산가를 상대로만 영업을 해오던 과거와 다수의 일반 대중과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환경은 분명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씨티와 국내 은행들간의 경쟁이 금융시장에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의 은행간 경쟁이 금리 조절을 통해 예금을 많이 유치하고 대출을 늘리는 ‘가격 경쟁’에 치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 선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은행들의 수익원이 다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벌이는 가격 경쟁은 출혈로 이어져 은행들의 수익성을 해치고 결국은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며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개인의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토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은행권이 노력하고 투자하는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5-04-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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