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의 행마가 꼬이다

제5보(81~100)


구리가 유유히 81로 뛰었을 때까지만 해도 검토실에서는 모두들 이 바둑이 단명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철한이 돌을 던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백의 비세가 두드러졌다. 최철한 본인도 형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돌을 던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언젠가는 때가 오겠지 하고 긴장의 끈을 팽팽히 했다. 그 동안 구리와 접전을 하면서 파악한 구리의 허점도 최철한의 투지에 불을 지폈다. 구리는 형세가 유리하면 스스로 느슨해지고 헤퍼지고 어설퍼지는 경향이 있다. 최철한은 그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구리의 허점이 노출되었다. 흑87이 지극히 어설픈 행마였다. 이 수로는 그냥 가에 뛰는 것이 당당한 행마였으며 그것으로 백이 심히 거북한 바둑이었다. 백88이 타임리 히트. 졸지에 구리의 응수가 궁해졌다. 초지일관 참고도1의 흑1로 추궁하고 싶지만 백2,4,6의 후퇴가 의외로 유력하다. 중원쪽 흑대마가 빈사지경에 빠지는 것이다. 할 수 없이 89로 웅크렸지만 백90에 또 91로 웅크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구리의 행마가 심하게 꼬였다. 상대적으로 최철한의 행마에는 탄력이 붙었다. 92로 걸친 수가 일석이조의 멋진 착점이 되고 있다. 참고도2의 흑1이 흑으로서는 공격의 급소인데 그 통렬한 공격에 대한 대비책의 구실을 하고 있다. 백2,4로 안성맞춤의 축이다. 여기서 최철한이 성큼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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