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27 차이나 쇼크’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ㆍ상품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비관론자들은 지난 10년간 쌓였던 국제 유동성이 차이나 쇼크를 계기로 거품제거 과정에 들어간 만큼 장기간에 걸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신흥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어 금융시장이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나 조만간 정상궤도로 재진입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삭스 부회장, 헤지펀드인 아틀라스캐피털의 데이비드 전 회장 등 글로벌 경제 전문가 3인과 긴급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경제의 현 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사진 첫번째)
"97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우려" -차이나 쇼크를 어떻게 보는가. ▦차이나 쇼크는 중국 경제의 속도조절과 미국의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빚어졌다. 중국 정부가 투기적인 거래를 차단하고 증시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칼을 빼 들면서 거품붕괴의 서막이 열렸다. 앞으로 중국 증시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중국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가의 금융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과 미국의 성장둔화는 빠르게 전파되는 전염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흥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이는 다시 파장(ripple effect)을 일으켜 선진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등 글로벌 경제의 악순환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홍콩 등 아시아 증시 폭락이 미국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는데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재현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98년 러시아 금융위기로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하고 미국 금융시장 전체가 크게 출렁거린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신흥국가의 금융위기는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위기로 연결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 침체 전망의 근거는. ▦최근 미국ㆍ중국ㆍ유럽ㆍ신흥국가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위험과 이에 따른 신용위기이며 이는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생산과 투자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안전지대(comfort zone)로 여기고 있는 2% 이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몇 개월간 지속될 것이다. 이는 성장둔화에 따른 당연할 결과일 뿐이다. 미국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감안한다면 FRB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미 주택시장이 연착륙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주택경기 침체의 심각성과 향후 파장을 과소평가한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지난 50년래 최악의 주택경기 침체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비중이 전체의 6%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신용위기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비중이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3%에 달한다. 또 서브 프라임뿐 아니라 중간 정도의 신용도에 해당하는 알트에이(Alt-A) 모기지도 서브 프라임과 신용도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으며 상환불능 비율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은 필연적으로 신용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삭스 부회장(사진 두번째)
"美·中펀더멘털 튼튼…곧 정상화" -차이나 쇼크의 원인이 무엇인가. ▦중국의 성장둔화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내구재 주문 감소 등 실망스러운 경제지표, 일본의 금리인상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증시로부터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며 조만간 정상궤도로 진입할 것이다. 미국 경제도 완만한 성장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는 3%에 조금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8%의 성장률을 제시했는데 이는 비록 두자릿수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튼튼한(robust)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성장률 속도조절을 위해 완만하게 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며 이를 두고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분석이 많은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등 비관론자들이 경기침체를 언급하고 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완만한 성장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두고 왜 경기침체로 분석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경제는 대단히 합리적인(reasonable) 비율로 성장둔화를 보이고 있고 그리 염려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미 FRB가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나는 FRB가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신흥국가들이 글로벌 유동성 이탈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최근의 자금이탈과 증시 폭락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다. 97년 신흥국가들이 경제위기에 직면했던 당시에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기업도산이 줄을 잇고, 통화가치가 고평가되었었다. 한국도 당시 외환이 없어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하지만 현재 신흥국가들의 경제는 튼튼하다. 외환보유고, 기업수익과 재무구조는 안정된 상태이며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는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 펀더멘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97년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현재 엔캐리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고 있지만 급격한 청산은 없을 것이다. 엔캐리 자금의 안전자산 이동으로 신흥국가들의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극단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작다. 다만 엔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미국 경제는 성장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경제는 경기회복에 이어 시중금리 상승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금리인상 궤도에 접어들었다.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한국 경제는 취약하지(vulnerable)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성장둔화가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캐피털 회장(사진 세번째)
"금융시장 혼란 한국엔 되레 기회" -‘차이나 쇼크’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원화는 엔화에 비해 약세로 전환될 것이다. 하지만 달러화에 대해서는 이미 크게 오른 만큼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 증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를 이용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글로벌 자산을 사야 한다. 한국은 해외펀드를 장려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다고 해서 위축될 것이 아니라 자산거품이 빠질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은 차이나 쇼크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글로벌 유동성에 근본 원인이 있다. 차이나 쇼크를 계기로 고름이 터졌을 뿐이다. 엔캐리트레이드를 포함한 국제 유동성이 위축되는 신호로 해석해야 하며 만약 미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동요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 주택담보대출 부실, 성장률 등 거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글로벌 유동성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면 신흥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텐데.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데 신흥시장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한국도 마찬가지이며 단기적으로 주식과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지난해 해외자금이 급속히 밀려들며 증시가 급등한 중국과 인도ㆍ멕시코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해외자금이 먼저 빠져나갔기 때문에 이들 신흥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본다.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을 시작했는데. ▦엔캐리 자금이 청산작업에 들어갔다. 엔캐리 차입자금은 10배의 레버리지로 엄청난 승수효과를 창출하며 신흥국가 자산에 몰려들었지만 이제 물줄기가 안전 자산인 미 국채로 향하고 있다. 신흥국가 자산이라고 해서 레버리지가 높은 것이 아니라 안전자산 중에서도 엔캐리 자금의 레버리지가 높게 걸려 있는 곳이 많다. 결국 어느 국가에 투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의 방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투자자산의 위험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럼 엔화 강세가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는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신흥국가 통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다. 일본은 금리인상의 첫 단추를 끼웠고 경제도 살아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는 대세가 될 것이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일회성일 것으로 잘못 분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