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26일] 데시그나레와 국가경쟁력

디자인이 21세기 감성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획하다, 설계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파생된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그를 통해 부(富)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프로세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계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 생산을 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사용자·감성경제의 중심 '디자인' 과거가 생산자ㆍ기능 중심의 경제였다면 현재는 사용자ㆍ감성 중심의 경제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디자인의 역할도 계속 변화해왔다. 제품개발 과정의 하나로 참여했던 디자인이 주요 결정에 동참하는 파트너, 더 나아가 주요 비즈니스 결정에 참여하여 다양한 요소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아우르는 경영 전략이 됐다. 생산에서 마케팅으로, 그리고 이제는 디자인으로 경영의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경기침체로 전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최근에는 디자인이 제품 차별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 창출과 브랜드 구축 등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6년 다보스포럼 및 2008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ㆍ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등에서도 디자인을 '혁신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또한 더 큰 틀에서 디자인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돌파구이자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나아가 선진국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을 통한 국가적인 디자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례로 영국은 2007년부터 Dott(Design of the Time) 프로젝트로 에너지ㆍ환경, 운송ㆍ교통, 주택ㆍ주거환경 등 사회문제 전반에 디자인과 공공서비스 혁신을 접목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가 디자인을 주목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핀란드 헬싱키예술종합대학이 발표한 자료(Global Design Watch 2008)에서 우리나라 디자인경쟁력은 9위를 차지했다. 2002년도 25위, 2005년 14위에 비하면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국내 디자인 산업 규모와 디자이너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디자인, 레드닷(RED DOT), IDEA에서 수상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꾸준히 늘고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행사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주요 혁신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디자인 지원정책과 풍부한 디자인 인력, 우수한 정보기술(IT)인프라가 디자인 산업의 강점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디자인 투자 부족, 전문 인력 공급과 산업계 수요 간 불균형 등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부족·수요 불균형 해결을 디자인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나갈 부분으로 국가 정책과 기업의 투자, 일반 국민의 교육 등 각 분야를 아우르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개성과 창의력이 생명인 디자인에서 우수한 디자인 인력들을 풍부하게 보유한 우리나라는 인적인 부분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향후 주요 선진국 못지않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2월2일 지식경제부는 글로벌 디자인 기업 및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를 초대해 인천 송도에서 '디자인코리아 2009'를 개최한다. 본 행사가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의 역량을 가늠해보고 향후 디자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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