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조건부 거부`와 관련,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은 대체적으로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는 게 옳다”며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일부에선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도두형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법률 거부권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다만 거부권 행사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한나라당도 재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옳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검찰에서 수사 중인데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도 “대통령의 얘기는 검찰 수사가 끝나고 그 결과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 특검을 받겠다는 이야기”라고 풀이했다.
시민단체들은 양비론적 입장을 펴며 철저한 검찰수사와 특검 실시를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극한 정쟁과 국회공전이 빚어지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철저한 검찰 수사와 국회의 재의결, 특검 실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이날 “법안을 수용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했다”며 “대통령과 한나라당 모두 어떤 태도가 국민과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성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특검 사안이 대통령의 측근비리와 관련된 부분인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혹시 대통령이 특검보다는 검찰수사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의 특검 거부로 한나라당의 특검법 통과 이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겠다던 검찰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특검 거부를 계기로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기업, 정치권, 측근비리 수사에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의 한 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검찰수사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특검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는 당연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소신 것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한 검사는 “검찰은 가능한 빨리 정확히 수사해서 특검 시비 자체를 없애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최수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