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DDA농업협상 판세, 한국에 갈수록 불리해져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해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DDA협상의 양대 세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19일 브라질과 인도, 호주등이 참가하는 5강 긱료급 협상을 통해 절충을 시도했으나 EU측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과 EU, 브라질, 인도, 호주 통상각료들은 19일의 회동에서 관세감축폭과 민감품목(선진국에 해당)과 특별품목(개도국에 해당)의 처리, 개도국을 위한 특별세이프가드제도를 둘러싸고 여전히 현격한 간극을 노출했다. 20일에는 일본,중국,스위스 등 6개국이 참가하는 주요국 확대회동이 20일 속개됐으나 전날 5강 회동에서 진전이 없는 탓에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롭 포트먼 미무역대표는 "현시점에서 책임은 바로 EU에 있다"고 못박았고 케언스 그룹의 일원인 호주의 마크 베일 통상장관은 "프랑스와 EU가 이번 라운드를 결렬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과 인도가 이끄는 수출개도국 그룹(G20)이 19일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민감품목의 수를 1%로 제한하고 민감품목에도 관세상한을 설정하며 TRQ(저율의무수입물량을 배제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것도 EU측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브라질이 5강 회동에 제시한 G20의 제안은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반품목에 요구하는 100%보다는 높은 수준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EU는 민감품목의 수는 8%를 희망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스위스, 노르웨이를 포함한 농산물수입국 그룹(G10)은 이보다도 높은 10-15%를 바라는 입장이어서 미국이나 G20의 요구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관세 감축의 대상에서 예외로 취급되는 민감품목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동시에 관세상한도 회피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점에서는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과 '한 배'를 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EU가 미국에 밀린다면 G10에게도 협상 환경은 극도로 불리해지는 셈. DDA농업협상이 미국과 EU, 브라질, 인도, 호주 등의 '빅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G10은 속절없이 '관망'과 '예의주시'만을 거듭하는 형편이다. 미국과 케언스, G20등 주요 협상 그룹으로부터 협상 결렬시 책임이 있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EU는 내홍도 겹쳐 있어 가뜩이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처지다. 만델슨 위원은 지난 18일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소집된 EU외무장관 회의에서 프랑스를 포함한 14개국으로부터 EU가 지나치게 양보한다는 공격을 받았고 표면상으로는 일단 '진압'에 성공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만델슨 위원이 제네바로 귀환한 이후에도 비판 세력의 선봉장인 프랑스가 만델슨의 '협상권'에 계속 '딴지'를 걸고 있어 그의 운신폭은 좁아 보인다. 포트먼 대표는 EU가 내주중 새로운 제안을 갖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또하나의 제안이 아닌, 높은 수준의 목표치를 반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만델슨 위원은 그러나 20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언명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랑스의 비판론에 대해 그는 "우리가 가진 위임권한은 회원국 전체에서 나오는 것이며 18일 (EU외무장관 회담에서)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한편 만델슨 위원이 기자들에게 앞으로 2주안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12월 홍콩 WTO각료회의가 합의할 수 있는 목표 수준을 낮춰야 할 것같다"고 말한 것도 주목이 필요한 대목. DDA농업협상은 지난주에 주요 협상 그룹들이 저마다 '카드'를 제시해 이번주에는 막판 '빅딜'이 예상됐고 파스칼 라미 WTO총장도 비록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협상의 엔진이 다시 점화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엔진은 '공회전'에 그쳤고 또다시 한주를 허비한 셈. 12월 홍콩 각료회의가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잠잠해지고 불확실성이란 '안개'가 다시 자욱이 깔리는 것이 제네바 외교가의 표정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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