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색인종·여성에 대한 증오의 뿌리는

■ 거짓된 진실 / 데릭 젠슨 지음, 아고라 펴냄


현대 문명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증오의 문화다. 저자는 미국에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 문제를 짚으며 증오의 문화에 대한 운을 뗀다. 보통시민 프랭키 아르주에가. 1996년 1월 12일, 머리 뒤쪽에서 총을 맞다. 그 다음 날인 어머니날(Mother's day) 그의 가족은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비아냥거리는 전화를 받았다. 회신 다이얼을 누르니 경찰이 나왔다.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 경찰의 경멸과 가혹 행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성과 어린이들도 증오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에서 '강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그 결과에 흠칫 놀라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너무나 노골적일 뿐 아니라 여성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가득하기 때문. 어린이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보다 심각하다. 멕시코자율국립대 법률연구소가 수행한 '국제 아동 매매' 학술대회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매년 2만 명의 멕시코 어린이들이 실종된다. 사라진 아이들 중 상당수가 노예처럼 사용된다. 몸 속에 마약을 넣고 운반하거나 장기 밀매의 희생양이 되는 것. 저자는 노예화, 포르노 사이트, 계급착취, 생태계 파괴 등 현대 사회 문제를 되짚어보며 증오의 문화를 파헤친다. 그는 증오의 문화의 뿌리에 생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만족을 모른 채 소멸할 때까지 끊임 없이 먹어야 하는 굶주린 아귀처럼 생산의 매커니즘은 결국 모든 생명체를 희생시킨다는 것.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늘어놓고 의미 있는 분석을 한 것과 달리 해결책은 미적지근하다. 인간이든 북극곰이든 살아 있는 생명체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대하라는 불교적 인식론을 저자가 꺼낸 것. 저자는 문명을 와해하고 싶지만 제거할 수 없는 상황적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저자의 고충은 이해가 되지만 해결책이 탁월하진 않다. 문제 제기에는 열정적이지만 해결책이 미온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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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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