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회장도 몰랐다는 농협 전산망 사고

농협의 전산장애 사고가 장기화됨에 따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발생 4일째인 15일에도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등 일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협의 총책임자인 최원병 회장이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받지 못하는 등 나도 직원들에게 당했다"고 밝혀 내부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점이다. 내부자가 연루된 고의적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융권 전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농협 전산망 마비는 고객 3,000만명의 금융거래에 지장을 준 사상 최악의 금융 전산사고다. 고객 42만명의 핵심정보가 유출된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에 이어 대형 금융 전산사고가 터짐으로써 금융 전산망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금융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전산 시스템에 대한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과거 금융권 전산사고의 경우 대부분 몇 시간이면 회복된 것과 달리 이번 농협 사태는 며칠이 지나도록 원인규명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이번 농협 전산망 사고는 노트북에 파일삭제 명령을 내린 뒤 접속기록을 반복적으로 지운 점 등에 비춰 내부자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내부자 소행이거나 관련됐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핵심 인프라인 전산망을 허술하게 보안관리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중대사고가 났는데도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고가 지연되고 은폐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라면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대형 전산망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문책 및 피해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금융기관의 전산망 보안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안전성과 보안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내년 3월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둔 농협은 은행을 비롯한 선진 금융기관에 걸맞은 전산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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