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를 향하여] 이수그룹
부실사 인수 잇단 턴어라운드유비케어등 4개사 M&A 우량기업 탈바꿈…11개 계열사 올해 경상이익 500억원 목표지주회사 체제 바탕 신규사업도 본격 강화
이규진
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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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1년 전인 지난 2004년 10월27일.
이날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의료정보화 전문기업 유비케어가 이수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재도약을 약속받은 날이다.
원래 메디슨의 자회사였던 유비케어는 2003년 5월 경쟁사인 M사가 지분 19.1%를 장내 매입, 경영권 행사에 나서면서 분쟁에 휩싸였다. 유비케어와 M사는 때로는 주총장에서, 때로는 법정에서 지루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주체가 바로 이수그룹.
그해 8월 그룹 시스템을 지주회사 중심으로 전환시킨 이수는 경영권 분쟁으로 지쳐 있던 양사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설득, M사 등이 보유했던 유비케어 지분 39%를 사들여 분쟁을 끝낸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합의 결과 이수 가족에 편입된 회사가 바로 이수유비케어다. 2004년 매출액 180억원에 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이수유비케어는 그룹 편입 1년도 안돼 턴어라운드에 성공, 올 상반기 매출 101억원에 7억7,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홍현기 ㈜이수 상무는 "이수그룹은 적자투성이 기업들을 인수해 턴어라운드시켜온 노하우가 풍부하다"며 "그룹 성장사가 '인수와 턴어라운드'의 역사"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96년 이수화학을 모체로 출범한 이수그룹은 지금까지 이수건설ㆍ이수페타시스ㆍ이수유비케어ㆍ엑사보드 등 4개 회사를 인수해 우량기업으로 변신시켰다.
96년 당시 매출액이 수백억원에 불과하던 동림산업을 이수건설로 사명을 바꾸고 주택건설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지난해 매출액 5,070억원(경상익 224억원)의 중견 건설업체로 키워냈다. 고품격 아파트 '브라운스톤'으로 널리 알려진 이수건설은 주택사업뿐 아니라 울산대교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집중 공략, 종합건설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96년 인수 당시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인 이수페타시스 역시 매출액 232억원에 38억원의 적자를 낸 자본잠식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수그룹의 공장운영 노하우와 영업전략이 주입되자 실적이 급반전,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1,580억원과 6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턴어라운드 전략의 성공에 힘입어 이수그룹은 지난해 11개 계열사가 1조5,290억원의 전체 매출을 올려 428억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올해 목표는 매출 1조6,000억원에 경상익 500억원. 양대 주력 업종은 화학과 건설이지만 PCB 업체인 이수페타시스와 엑사보드, 항체신약을 개발 중인 이수앱지스, 의료정보화의 이수유비케어 등 IT소재와 바이오 분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탁월한 턴어라운드 능력과 함께 이수그룹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투명한 지배구조의 지주회사 체제. 2003년 8월 지주회사인 ㈜이수를 설립, 우량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경영권을 토대로 신규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수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성공사례로 해외에 소개할 정도로 재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또 D제강ㆍH산업 등 다른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하며 잇따라 ㈜이수를 찾아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수그룹은 그룹의 턴어라운드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업을 발굴 중이다. 홍 상무는 "이를 위해 업종 구분 없이 새 사업을 꾸준히 찾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손에 자랑스러운 기업 만들것
김상범회장, 차세대 CEO 조기선발·육성 적극
"50년, 100년 후에도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를 만들자"
이수그룹의 김상범 회장(45ㆍ사진)은 지속가능한 기업에 그 누구보다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이수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데 앞장섰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현재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순환출자방식으로 그룹을 성장시킬 경우 단기간내 성장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한 계열사가 부실에 빠질 경우 자칫 그룹 전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100년 뒤 이수그룹을 지켜낼 또다른 김 회장의 카드는 인재경영이다. 김 회장은 차세대 최고경영자(CEO)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기 선발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단 자질을 갖춘 직원들은 코어세션(core-cession)이라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6~7명씩 한 팀을 짜서 일정한 주제를 갖고 1년 내내 토론과 연구활동에 몰입한다. 최종 성과가 발표되는 연말엔 김 회장이 직접 프로젝트 발표회에 참석한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의 CEO 후보감을 일찌감치 찍어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력시간 : 2005/10/26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