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5 재계 이것이 승부수] 한화, "선택과 집중" 석화·방산·태양광 역량 높인다

김승연(왼쪽) 한화 회장이 지난해 12월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에 복귀한 후 삼성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등 그룹의 사업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한화큐셀 직원들이 독일 공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경영에 복귀한 김 회장은 삼성으로부터 화학·방산 계열사 4개를 인수하고 태양광 계열사를 통합하는 조치를 단행하는 등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진두지휘했다. 이를 통해 환골탈태한 한화는 올해 석유화학과 방산부문 육성에 사업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석유화학과 방산은 지난 60여년 간 한화의 성장 동력이 돼 온 분야이기도 하다.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의 강화에는 올 상반기중으로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삼성 4개사의 역할이 크다. 한화는 1조9,000억원 규모의 '빅딜'을 통해 석유화학·방산 분야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하게 된다. 한화의 기존 방산부문과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의 2013년 기준 매출을 합치면 총 2조6,000억원. 기존 한화 방산부문 매출의 2.6배에 이른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한화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 규모를 18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매출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된다. 한화의 방산사업은 탄약·정밀유도무기 중심이었지만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인수를 계기로 자주포와 항공기·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 차세대 방산 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 한화는 또 삼성테크윈의 로봇 무인화 사업, 영상처리·정밀제어기술,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 중장기적으로 무인시스템과 첨단 로봇 사업으로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한화의 에틸렌(석유화학의 기초 원료) 생산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늘어난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원가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에틸렌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특히 방산·화학 부문에서 국내 최고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기틀을 다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부문의 개편도 계속 진행된다. 한화는 지난해 말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을 발표했다. 각각 중국과 독일에 본사를 둔 두 회사를 합병, 세계 1위의 태양광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합병법인의 본사는 서울에 위치하게 되며 독일의 한화큐셀 본사는 기술혁신센터로 탈바꿈한다. 새로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대표이사는 남성우 현 한화솔라원 대표이사가 맡는다. 합병 절차는 올 1·4분기 내로 모두 완료될 예정이다.

합병 후 한화는 셀 생산 규모가 총 3.28GW에 달하게 된다. 3GW 이상의 생산규모를 보유한 경쟁사들이 모두 중국업체라 미국의 반덤핑규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반면 생산기지가 중국과 독일·말레이시아 등으로 다각화된 한화는 이 같은 규제에서 다소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난해 단행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석유화학·방산·태양광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지난해 8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하면서 석유화학과 태양광·첨단소재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한화는 한화L&C의 건자재 사업부문과 제약계열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해 비핵심사업을 정리했다. 이달 초에도 한화폴리드리머의 2개 사업부를 희성그룹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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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계열사도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 금융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화생명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역량 구축 △지속 성장을 위한 비용 경쟁력 확보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 등 세계 일류 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 보험영업 부문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건강·연금·VIP 시장 등 미래 성장 시장 선점을 추진하고,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해외 투자 확대 등 자산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금리 예측력 강화 및 적시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또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에서의 사업 강화와 함께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로의 추가 진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는 48조원이다.

과감한 M&A로 성장동력 확대

1952년 화약 업체인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화는 지난 60여년 간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외연을 넓혀 왔다. 한화의 주요 M&A를 살펴보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적절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인력, 사업 노하우를 확보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화가 현재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다우케미칼은 제2차 오일쇼크로 전세계 석유화학 경기가 위축되자 두 회사의 매각을 검토했고, 석유화학 업종이 당장은 불황이지만 성장 전망이 밝다고 본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이를 전격 인수해 지금의 한화케미칼로 키웠다.

석유화학 분야 진출로 한화는 10대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수 있었고, 1980년 7,300억원 규모였던 한화그룹의 매출은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화케미칼은 지금도 한화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담당하며 그룹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화는 또 1985년 명성콘도를 인수, 콘도·리조트 사업에 진출했다. 콘도와 호텔을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리조트는 골프장·워터파크뿐만 아니라 단체급식·식자재 사업도 잇따라 개시하며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레저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가 지난 1986년 인수한 한화갤러리아(구 한양유통)와 함께 대표적인 B2C 분야 계열사다.

한화는 지난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대한생명은 인수할 때만 해도 누적 손실이 2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지 6년 만인 2008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해 현재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현재 매출·수입보험료·총자산 등을 기준으로 보험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분야도 M&A를 통해 진출했다. 지난 2012년 독일기업인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탈바꿈시켰고 한화솔라원도 원래 중국 기업이었다. 특히 큐셀은 인수 당시 파산기업이었지만 2년 만에 흑자전환이 실현됐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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