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일문일답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자총액제한과 30대 기업집단지정 등 현행 재벌정책의 뼈대를 유지하겠다고밝혔다.이 위원장은 재벌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억제시책은 현 단계에서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경제력집중억제시책에 대한 기본 입장은.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는 국가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체제적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일국의 정부가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보완책으로도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내.외부의 감시 강화를 위한 제도가 보강되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제도도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은 최근 계열사를 늘리고 비관련 부분으로 진출하는 등 예전의 선단식 경영에 대해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재벌의 기업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오너의 불만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공정거래제도는 선진국에 모두 다 있는 제도다.이것을 규제로 봐서는 안되며 마치 교통질서와 같은 것이다.공정위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마치 음주 운전단속이 불편하니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논리다. 이미 전경련에 언제든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기업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는 문제는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의 기본틀을 훼손하지않고 선단경영 및 재벌 지배구조를 강화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있다. 30대 기업집단 지정 제도 축소.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재계는 외국에는 이 제도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나라의 재벌문제가 없거나 아니면 있더라도 우리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외국의 경우 경영투명성 및 감시체제가 오랜 세월 확립돼 시장 메커니즘이 기업행태를 규율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간의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외국기업에는 상호채무보증이나 대규모 순환출자로 계열사 지원을 받는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출자한도 제한으로 경영자원의 유출이 방지돼 R&D(연구개발)투자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도 국내에서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요건에 해당되면 똑같이 이 제도를 적용할 것이다. 또 지정 축소도 현재의 경제여건과 기업개혁 정도를 감안할 때 부적절하다. 계열사간 출자와 채무보증을 통한 재벌식 폐해는 하위집단에서도 심각하며 한보의 예처럼 하위집단이 부실화될 경우에도 국민경제적 폐해가 크다. 출자총액제도 개선요구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다양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비관련 다각화나 핵심사업부문에 대한 투자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기업이 신용카드에 진출하고 중공업부터 음료수까지 하려고 드니까 걸림돌로 생각이 되는 것이다. 출자한도 초과분 해소를 위한 주식매각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 실제 증시를 통한 주식 매각규모는 4조원 안팎으로 전망되는데 우리 증시의 일일 거래규모가 2조∼3조5천억원,시가총액도 281조원(지난 8일 기준)에 달하는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드시 주가의 하락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목적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만 하고 있으면 실제로 쓸 수는 없지만 이를 매각하면 가용자산이 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신주를 발행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발행주식의 소유만 바뀌는 것이며 비상장주식도 많으므로 증시에 부담이 안된다. ▲지주회사 설립요건 대폭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지주회사의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 지주회사가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기업을 쉽게 지배할 수 있어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원래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100% 이상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허용해 달라는 것은 지주회사를 지배력 확장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기업의 의지만 있다면 현행 요건하에서도 지주회사 설립에 큰 문제가 없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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