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원高 도전과 응전

연초부터 환율급락이라는 돌발변수가 불거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경제라는 사실을 거듭 실감하게 된다.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이 계속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몇 년 동안 극심한 침체를 보인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면서 실질성장이 5% 전후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우선 개인 및 가계부채 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짐에 따라 소비가 살아나면서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간의 극심한 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평가되는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와 각종 개발계획에 따라 풀리게 될 막대한 토지보상금 등도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3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면서 소비자기대지수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급락으로 불안감 고조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원이 무너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과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환율하락은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 그만큼 비싸지는 것이다. 이 같은 환율하락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원유와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품가격이 하락해 물가안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유가상황에서는 에너지 수입부담이 줄어들게 돼 국제수지에 도움이 된다.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여행을 즐길 수 있고 급증하고 있는 유학비용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또 달러표시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지금처럼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우 같은 성장 속도라도 1인당 국민소득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게 된다. 환율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내년즘이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우선 달러에 대한 원화절상은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기술력에 의해 좌우되는 품질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인데 당장 가격이 비싸지게 되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생산 코스트의 다운보다 판매단가가 더 큰 폭으로 줄게 되면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환율하락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기업의 환차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기업으로서는 이중 삼중의 타격을 입게 된다. 이렇게 보면 환율하락에 따른 경제적 득실은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할 사안이기는 하다. 그러나 올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환율하락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당장 부정적인 측면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는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금리정책과 외환수급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내수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율급락으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올해 5%성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수출의 가격탄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 더구나 수출부진과 환차손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돼 자본시장 발달을 지연시킬 우려도 있다. 기술력으로 선진경제 기초 다져야 정부는 즉각 외환의 해외유출을 촉진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임기응변식 대책으로 외환시장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환율하락 추세를 멈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원고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외환수급정책을 통해 원화절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적인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더 이상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력에 의한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원고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다. 자국화폐의 가치가 높아지는 선진국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어야 원화절상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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