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유럽 지원강화·英분담금 환급금 줄여<br>유럽 분열위기 넘기고 신뢰성 회복 기대감<br>英 블레어·獨 메르켈 탁월한 조정능력 눈길
| 유럽연합(EU) 순번제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운데)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오른쪽) EU 집행위원장,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2007~2013년 예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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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007~2013 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 분열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17일 새벽(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순번제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내놓은 ‘2007~2013년 예산안 최종 수정안’을 격론 끝에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 전체 예산규모가 25개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045%인 8,623억유로로 늘어난다. 또 중ㆍ동유럽 10개 새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규모도 크게 강화된다. 논란이 됐던 영국의 분담금 환급금 축소 규모도 당초 80억유로에서 105억유로로 늘어난다.
영국이 환급금 축소의 대가로 요구한 프랑스 등의 농업 보조금 축소 문제는 2008~2009년 삭감을 위한 재검토에 나선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영국은 줄곧 자국의 분담금 환급금을 줄이려면 프랑스 등의 농업 보조금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프랑스는 EU 예산의 40%에 달하는 농업보조금의 최대 수혜자로 연 100억유로의 혜택을 받고 있다. EU는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케도니아에 EU 회원국 후보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예산안 타결로 EU 헌법 부결, 영국과 프랑스의 대립, 신구 회원국간 갈등으로 분열 위기에 처했던 EU는 고비를 넘기게 됐다.
또 가난한 회원국 지원사업과 아프리카 등지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아 EU 재정위기 및 신뢰성 추락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블레어 총리는 “유럽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합의로 EU가 신뢰성을 회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지미에시 마르친키에비치 폴란드 총리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중ㆍ동유럽 10개국에 53억유로의 지원금을 되돌려준 이번 협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승리했다”고 반겼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이번 협상타결로 국제적 협상 중재자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얻게 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신임 총리도 영국의 최종 수정안 중 EU 전체예산 규모를 늘리는 역할을 해 이번 무대에서 조정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