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쇼크 후폭풍… 글로벌 원자재시장 패닉

금값 33년 만에 최대폭 하락·유가 올 최저치<br>美·亞증시 급락… 코스피 장중 1900 붕괴<br>커지는 디플레 우려에 뭉칫돈 美국채로 몰려


중국의 성장률 쇼크가 촉발한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시장에 '2차 쇼크'를 일으켰다. 9% 이상 주저앉은 금값을 필두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폭락하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패닉에 빠진 시장에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때마침 발표된 미국의 부진한 경제지표와 미 동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는 그나마 시장을 지탱하던 투자심리마저 달아나게 만들었다. 공포에 휩싸인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은 미 국채 등 안전한 대피처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값은 전거래일보다 140.30달러(9.3%) 폭락, 온스당 1,361.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가격하락폭은 1980년 3월 이래 33년 만에 최대 폭이며 종가 기준 가격은 201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 말부터 심상찮은 폭락세가 지속되자 시장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금값 폭락에 다른 원자재 가격도 줄줄이 끌려 내려갔다. 이날 가격은 하루 새 11%나 낮아진 온스당 23.36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백금 가격도 4.8% 빠졌다. 국제유가도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2.8% 하락해 88.7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자재시장의 패닉을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불안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7.7%에 그친데다 미국 주택시장지수 및 뉴욕주 제조업 경기 등 미국 경기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모두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양상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원자재시장에서 앞다퉈 발을 뺀 것이다.

증시도 요동쳤다.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 어렵겠다는 우려에 더해 이날 미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노린 폭탄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시장의 공포감이 증폭된 탓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ㆍ나스닥지수 등 주요 3대 지수는 각각 1.79%와 2.3%, 2.38%씩 하락해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뒤이어 열린 16일 아시아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는 오전 장중 한때 1,900선을 깨고 1,890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 11월22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식과 원자재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은 미국 국채로 몰려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5일 장중 1.67%까지 하락, 지난해 12월12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국채 가격 상승)에 머물렀다. 불과 며칠 전 달러당 99엔대에 진입할 정도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엔화 가치도 일시적으로 장중 95엔대까지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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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재 GMP증권의 에이드리언 밀러 전략가는 "미 국채금리 하락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둔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1.7% 수준의 국채금리는 글로벌 경제가 기껏해야 완만한 흐름을 보이는 데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감속이 일시적인 속도조절에 그칠지, 시장 일각의 우려대로 디플레이션으로 흐를지 여부다. 아직까지는 주춤한 미국 경제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에 무게가 실리지만 경제가 정체되는 와중에 금값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피닉스 선물의 케빈 그래디 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 부진과 중국 성장률 둔화, 금값과 국제유가 폭락 등 일련의 동향에 대해 "이는 기본적으로 디플레이션"이라며 "(경제)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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