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들은 왜 월급을 많이 받지.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데….’
일반 업종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제조업체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해외 금융기관처럼 상품개발 능력도 현저히 낮은 데 말이다.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우리 금융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한국이 서브프라임 등 파생금융상품 위기에서 한 발 비켜설 수 있었던 것은 솔직히 능력이 안 돼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고임금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쉽게 이야기 하면 이렇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남의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지 않느냐. 그렇다 보니 횡령 등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많고 이를 막기 위해 고임금 시스템이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료로서 오랫동안 금융시장을 지켜본 그는 옛날 갑부도 금고지기한테 돈을 맡길 때 후한 대접을 해주지 않았느냐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외환위기 전 종합금융사(일명 종금사)는 고액의 연봉으로 샐러리맨에게 최고 선망의 직종이었다. 그런데 종금사의 주 수익원이라는 게 단기로 외채를 빌려 국내에 장기로 대출해 이익을 얻는 것이 고작이었다. 은행은 또 증권ㆍ보험과 다르다. 증권ㆍ보험사는 망하면 그만이다. 경제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파급력에서는 남의 돈을 가지고 장사하는 은행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 한국의 은행들은 고임금 직종에 걸맞은 실력이나 책임감이 있을까. 우리 은행은 서브프라임이 한창 진행 중인데도 외형 확장에 열을 올리는 등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제가 커지자 이제는 은행의 특성을 십분 활용,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출에 열을 올리다가 지금은 또 대출회수에 나서면서 기업의 목을 옥죄고 있다.
금융위기 원인으로 은행의 부도덕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의 은행도 절대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우리 은행은 수십년간 내수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급한 불을 일단 꺼야 하겠지만 은행의 잘잘못은 반드시 가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