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도시속 빈민촌 통해 본 자본주의 그늘

■ 안나와디의 아이들/ 캐서린 부 지음, 반비 펴냄


'장미 꽃밭 사이의 똥 같은 존재.'

성장과 발전에 비껴간 가난한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이렇게 자조한다. 미등록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몰려 산다는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 특급호텔이 즐비한 도심 한 켠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빈민촌'안나와디'가 있다. 이 마을은 화려한 호텔들 사이에 애처롭게 끼어 있다. 우아한 현대식 시설 사이에 부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이 판잣집 동네를 바라보며 한 거주민은"우리 주변은 온통 장미꽃밭, 우리는 그 사이에 있는 똥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빈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이곳 안나와디에 어느 날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다. 외다리 여자 파티마가 옆집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분신 자살한 것. 가해자로 옆집 소년 압둘과 누나, 아버지가 지목돼 감옥에 갇힌다. 어머니 제루니사는 가족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힘겨운 투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부패한 경찰과 의사는 뒷돈 챙기기에만 바쁘고 재판은 기약 없이 미뤄진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빈민촌을 벗어나려던 압둘 가족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 책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뭄바이 빈민촌'안나와디'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파헤친 르포르타주(기록문학)다. 저자인 캐서린 부는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로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20여년간 경력을 쌓았다.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4년간 안나와디에 직접 살며 빈곤의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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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빈민촌의 가난과 불행을 그리면서 동시에 이들의 삶을 좌우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도 면밀하게 분석했다. "몇 주 전에 압둘은 이곳에서 한 소년이 플라스틱을 분쇄기에 넣다가 손이 잘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손목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밥벌이 능력도 그렇게 잘려나갔건만 소년은 공장 주인에게 빌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이걸 신고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 때문에 곤란을 겪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본문 50쪽)

슬럼가에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 특히 이곳 아이들의 절절한 육성을 글로 마주하며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다시금 목도할 수 있다. 1만 6,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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