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시총각도 동남아로 '결혼원정'

"한국 여성은 조건만 따져"<br>고학력 도시거주자까지 개도국 여성과 국제결혼 확산


도시총각도 동남아로 '결혼원정' "한국 여성은 조건만 따져"고학력 도시거주자까지 개도국 여성과 국제결혼 확산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관련기사 • "경제력·외모만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 질렸다" 서울에서 헤드헌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로운(37)씨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인천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호남형에 경제력까지 갖춘 이씨는 일에 몰두하다 혼기를 놓친 뒤 몇 차례 선을 봤지만 조건만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게 질려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경남 창원의 기계제작사 대리로 재직 중인 황진욱 (35)씨는 26일 호찌민행 비행기에 오른다. 평범한 직장인인 황씨는 맞선 볼 때마다 작은 키(160㎝)로 퇴짜를 놓는 여성들에게 실망, 베트남에서 신붓감을 찾기로 했다. 개발도상국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초혼의 고학력 도시 거주자들에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가를 못 가 애를 태우던 농어촌 지역 노총각이나 재혼자가 주로 문을 두드리던 국제결혼이 30대 초중반은 물론 20대 고학력 도시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국제결혼전문업체 인터웨딩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회원 가입자 가운데 77%가 35세 이하 남성이었다. 고경남 국제사업부 실장은 “지난 2002년께부터 고학력 직장인들의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해 이제는 전문직 종사자나 공무원까지 국제결혼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결혼정보 업체인 아덴의 경우도 지난해 이곳을 통해 결혼한 남성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의 도시 직장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외국인을 아내로 맞아들인 남성 2만5,594명 가운데 69.6%가 서울과 6대 광역시, 경기도 거주자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1년 2,527명에서 2004년 6,565명으로 3년 새 2.6배나 늘었다. 여성의 국적은 중국이 1만8,527명(72.4%)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2,462명), 필리핀(964명), 몽골(504명), 태국(326명), 러시아(318명) 등의 순이었다. 일본과 미국 여성은 각각 1,224명과 344명에 그쳤다. 도시 남성이 개도국 여성을 배필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조건을 앞세우는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고 실장은 “국제결혼을 택하는 남성 대부분은 우리 여성들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며 “부모를 모셔야 한다거나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은 남성들이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힘들어 외국에서 배우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여성과의 결혼비용이 한국 여성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체별ㆍ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제결혼에는 서류대행에서 맞선ㆍ항공료 등을 포함해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에서 결혼할 경우 주거 비용을 제외하고도 평균 5,000만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소득수준 증가와 독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적합한 배우자를 찾기 어려운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도시 지역의 국제결혼 증가에는 이 같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ㆍ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신부 우편주문(mail order bride)’라고 해서 제3세계 여성들을 신붓감으로 데려왔다”며 “한국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있어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6/03/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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