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안대희ㆍ安大熙 검사장)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4ㆍ13 총선 당시 11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성, 선거지원금으로 썼으나 이 돈은 현대비자금과는 무관하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권씨의 한 측근은 이날 권씨의 진술을 이같이 전하면서 “민주당에게 우호적인 인사 2명으로부터 50억원씩 100억원을 빌려 선거지원금으로 쓴 뒤 이중 50억원은 갚은 상태이고, 김영완(金榮浣ㆍ50ㆍ미국체류)씨에게는 개인적으로 10억원을 빌려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그러나 자금조성에 관여한 인사들의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권씨가 4ㆍ13 총선 직전 현대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지시로 김영완씨를 통해 권씨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을 포착, 이날 이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또 권씨를 상대로 4ㆍ13 총선을 전후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현대에 금융대출을 위한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틀째 이기호(李起浩ㆍ구속수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소환, 권씨의 요청에 따라 금융기관에 현대에 대한 대출을 부탁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으나, 이 전 수석은 “권씨가 청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변호인이 말했다.
권씨는 “4ㆍ13 총선전 김씨가 100억원 제공 의사를 밝혀왔으나 거절했고, 나중에 선거과정에서 10억원을 빌려 썼을 뿐”이라며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에 대한 대출 편의 제공 혐의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권씨를 일단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권씨가 현대로부터 받은 돈을 당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선거 지원금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용도로 사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권씨의 동부이촌동 자택과, 비서 문모씨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권씨를 사법처리한 뒤 현대로부터 받은 비자금의 사용처 파악을 위해 조만간 권씨로부터 선거지원금을 받은 정치인중 5, 6명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태규기자, 노원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