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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억℃를… 상상 초월한 한국 기술력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대해부축구장 25%규모 주장치실… 1억℃도 견디는 진공용기… 한국형 인공태양 위용 뽐내내부엔 30개 초전도자석 설치 16개 다발 플라즈마 제어코일도20초 이상 플라즈마 구현 목표… 7월께 여섯번째 장치운전 시동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핵융합연구소 연구원들이 KSTAR 진공용기 안에서 플라즈마 대면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KSTAR는 올해 20초 이상의 고성능 플라즈마 유지·제어를 구현해 국제핵융합실험로의 선행 연구장치로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서울경제DB
핵융합에너지는 화석에너지 남용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녹색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형 인공태양이라 불리며 지난 2007년 9월 완공된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는 이 같은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첨병으로 평가된다. 국제적으로도 관련 기술의 상용화 연구를 주도하며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여섯 번째 장치운전에 돌입해 우수 연구성과를 도출하게 될 KSTAR를 집중 분석해봤다.
◇극저온 초전도체 활용한 토카막=대덕연구단지 내 국가핵융합연구소에는 거북선을 형상화한 실험동이 자리 잡고 있다. 다름 아닌 KSTAR가 둥지를 틀고 있는 보금자리다. 이곳 1층에는 가로 37m, 세로 50m, 높이 30m로 축구장 4분의1 크기인 KSTAR의 주장치실이 나온다. 여기에 높이와 직경이 9m에 달하는 도넛모양 진공용기를 초전도자석으로 둘러싼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 KSTAR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KSTAR는 1995년부터 약 12년간 총 사업비 3,090억원을 들여 39개 참여 기관과 1,510명의 인력이 동원돼 2007년 완공됐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모사해 전기 등의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라며 "KSTAR는 핵융합로 상용화에 있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기술과 장시간 안정적 제어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KSTAR는 핵융합 분야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약 25분의1 규모로 ITER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초실험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 건설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STAR의 핵심 설비는 진공용기인 토카막이다. 핵융합 발생장치에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하에서 발생한 플라즈마 입자들을 밀폐시켜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지속시켜주는 진공용기가 필수적이다. 플라즈마로 변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헬륨과 다량의 중성자가 발생되는데 이때 방출되는 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게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근거할 때 17.58MeV의 막대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즉 토카막과 같은 진공용기가 없으면 어렵사리 플라즈마를 발생시켜도 곧바로 사라져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오영국 공동실험연구부장은 "고온의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핵융합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플라즈마를 특정 공간에 가둬두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KSTAR의 토카막은 극저온의 초전도체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공중에 떠 있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 제어코일 설치=실제 KSTAR의 토카막 내부에는 총 30개의 초전도자석이 설치돼 있다. 이 중 16개가 D자형 토로이달자석으로 강력한 자기장으로 토카막 내부에 플라즈마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들 초전도자석은 니오븀주석(NB3Sn)이라는 신소재 합금 초전도체로 만들어졌다. 660도의 고온에서 1개월 정도 열처리를 해야 하는 등 제작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부장에 따르면 기존 핵융합 연구장치들은 전자석의 재료로 구리를 사용한 탓에 강력한 전류를 흘릴 경우 엄청난 열이 발생해 장시간 운전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초전도체는 저항이 제로(0)여서 열 발생 없이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
KSTAR의 토카막 내부에는 또 기존 핵융합 연구장치와는 다른 디귿(ㄷ)자 모양의 플라즈마 제어코일이 설치돼 있다. 총 16개의 다발로 이뤄져 있으며 8개의 구리 전도체가 스테인리스 합금에 쌓여 있는 형태로 제작돼 플라즈마의 초고온을 견뎌낸다. 길이가 8m, 중량은 500㎏이나 된다.
양형렬 장치개발연구부장은 "플라즈마 생성실험을 하다 보면 플라즈마 내부에 불순물이 생성되는데 이는 플라즈마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며 "제어코일은 플라즈마의 위치와 불안 정성을 제어하면서 불순물 제거장치로 불순물을 이동시키는 역할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어코일은 누구나 인정하는 고성능 플라즈마 발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당초 KSTAR에 적용하고자 했을 때는 제한된 공간의 토카막에 설치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3차원 설계기술을 통해 제어코일의 재설계 작업에 착수, 설치에 성공했다. 양 부장은 "이 제어코일은 고성능 플라즈마의 안정적 발생∙유지를 위한 조건인 D형 플라즈마를 구현해줄 기본 토대가 되는 만큼 ITER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20초 이상 플라즈마 구현 목표=이를 포함해 무수한 기술적 난관을 극복한 KSTAR는 2008년 최초의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한 뒤 플라즈마 유지시간에서 2009년 3.6초, 2010년 최대 5.2초 등 목표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는 플라즈마 전류 600㎄, 고성능 운전조건(H-모드)에서 플라즈마를 17초간 유지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장시간 운전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H-모드는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를 운전할 때 특정 조건하에서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성능이 2배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ITER 역시 H-모드를 기본 운전 모드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KSTAR는 고장 수리와 가열장치의 성능 향상을 마치고 올 7월께 여섯 번째 장치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핵융합연구소는 대전류 플라즈마 구현과 안정적 운전 달성, 20초 이상의 고성능 플라즈마 유지 및 제어 등을 통해 핵융합 연구계에 영향력 있는 우수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권 소장은 "KSTAR는 지난해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는 최초로 핵융합 상용화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ML)을 완벽히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우리가 확보한 ELM 제어기술을 ITER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KSTAR의 우수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