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9월 26일] 월가에 등장한 일본

일본 은행들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틈타 뉴욕 월가 투자은행(IB)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은행들이 상어가 득실거리는 IB 영역에서 월가의 위기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와 유럽 법인을 인수했고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는 모건스탠리 지분의 10~20%를 약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상대적으로 올 초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과 메릴린치에 각각 지분투자를 했다. 최근 투자 사례인 미쓰비시의 경우 모건스탠리 지분을 거의 장부가에 인수했고 노무라도 리먼의 자산을 헐값에 인수한 만큼 좋은 투자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일본 은행들이 인수한 IB의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소수 지분을 갖고서는 IB의 많은 영역에 관여할 수 없다. 월가는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소수 지분 투자자들을 수시로 갈아치워왔다. 물론 소액 투자를 통해서도 삼투압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처럼 IB를 닮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86년 골드만삭스 지분을 샀던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은 그 이후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한 것 같다. 리먼의 지역 법인에 대한 노무라의 투자는 다른 투자 사례와는 다르다. 노무라는 외국에서 영업을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해왔고 유럽 지역의 대형 사모펀드의 인수작업도 지원해왔다. 노무라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문은 일본 밖에서는 아직 약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그간 너무 부풀려진 리먼의 임금체계를 노무라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일이다. 하지만 노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 노무라가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 법인에서 제기하는 의견 등을 국내 법인에서도 수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근 일본 은행의 월가 IB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기대와 달리 글로벌 영역 확대를 위한 진일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일본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무대에서 적절한 위상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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