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당 1150원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기업들이 `환율방어 비상경영`으로 전환했다.
기업들은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볼 때 정부의 강력한 방어 의지에도 불구하고 1150선이 무너지면 어느 선까지 주저앉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유자금이나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무대책이 대책`인 상황에서 환율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환율 변동은 단순히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는 차원에서 조정될 성질이 아니란 점에서 정부조치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비상 또 비상`= 달러화 결제비중이 약 78%를 차지하는 전자업계는 최근의 환율하락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결제통화 다변화와 환헤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이나 PC 등의 경우 약간의 환차손을 입는 것이 사실”이라며 “달러보유 비중을 낮추고 유로화 결제비중을 높이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을 대비해 경비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율변동에 직접 대응하는 방안 외에 자린고비 경영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비용을 최소화시켜 위기에 버텨내는 힘을 키위기 위해서다.
삼성ㆍLGㆍSKㆍ현대차 등 4대그룹은 이와 관련, 우선적으로 인건비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삼성은 신규ㆍ전략 사업 외에는 여타 부문에서 인력을 줄여나가는 `질적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LG, 현대차, SK도 인건비 총액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시킨다는 내부방침을 사실상 확정, 고정비용 부담을 줄여가기로 했다.
휴대폰업계는 현재로서는 환율쇼크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별로는 수입부품 의존율이 20~60%에 달해 환율하락이 오히려 제조원가를 떨어뜨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하락 폭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일부 부품에 대해 자체 생산 대신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원가부담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무대책이 대책`= 볼펜을 생산해 미국과 유럽으로 대부분 수출하는 A사는 `무대책이 대책`이라는 반응이다. A사 K사장은 “환율이 1,130원 이하로 떨어지면 바이어와 공급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이 경우 수익성 악화를 면할 수 없다”며 “현재 선물환거래를 알아보고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않아 수출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중 74.6%가 환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등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고, 환위험 관리를 하고있는 업체 중에서도 자체 관리규정을 보유한 업체는 25.5%에 지나지 않는다. 환율이 1,150원선을 뚫고 추가적으로 인하될 경우 70% 이상 중소기업이 환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 철강ㆍ해운ㆍ정유 “호재” 표정관리
환율하락이 지속되자 철강, 해운, 정유업계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포스코는 매출에서 철광석ㆍ석탄 등 수입 원료비 비중이 60%에 달해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보다는 이익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전체적으로 1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화부채가 많은 해운업계는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박이 해외금융기관으로 돈을 빌리거나 리스한 것으로 환율하락으로 환산익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평균 환율이 1,150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약 1000억원 상당의 외화환산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5% 떨어지고 원유 도입가격이 10%만 떨어져도 27억달러의 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SK㈜, LG정유와 에쓰-오일은 환율하락으로 수백억원대의 환차익 또는 평가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ㆍ정보과학부ㆍ성장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