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스트리트 파이터

제5보(67∼80)



숨막히는 접전이다. 구리는 지체없이 흑67로 붙여갔다. 검토실에서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흑69로 먹여친 것은 예정된 수순. 흑71로 몰았을 때 백은 받을 도리가 없다. 촉촉수로 어차피 죽게 된다. 그렇다면 백의 절망인가. 그 순간 이세돌이 준비해둔 묘수가 등장했다. 백72로 끼운 이 수. "그 수를 준비해 두었던 거였군요."(온소진) "그것으로 어떻게든 백대마의 목숨은 해결될 것 같습니다."(박정환) 일본의 한 평론가는 말했다. 한국 프로기사들이 스트리트 파이터라고. 특별한 무예를 연마하지는 않았어도 일단 싸움이 붙으면 괴력을 발휘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거리의 투사. 뒷골목의 영웅. 손에 총이나 칼은 없지만 거리의 모든 물건들이 그들의 무기가 되는 스트리트 파이터. 만신창이로 두들겨 맞아도 눈을 감지 않고 마침내 일어서고야 마는 잡초 같은 스트리트 파이터. 이세돌은 거의 절망적으로 보이던 순간에 혈로를 뚫었다. 참고도1의 흑1로 이으면 어떻게 될까. 백2 이하 4로 흑이 곤경에 빠진다. 그러므로 흑은 참고도2의 흑3으로 먼저 단수를 칠 수밖에 없고 백은 4에서 6으로 대마를 수습하게 된다. 이것이 검토실 박정환의 예측이었다. 백은 대마를 수습하고 흑은 막강한 외세를 얻게 된다. 흑이 유망한 절충일 것이다. 그러나 구리는 그 길로 가지 않았다. 우변의 흑 4점을 선선히 내주고 대신에 중원에다 막강한 외세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확정지를 짓겠다는 야망을 품었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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