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는 등 관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차 두바이를 수십 차례 가봤는데 그곳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월 500달러 미만에 불과했다”며 “국내의 경우 1,000달러를 넘는 수준이어서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대답도 한결같았다. “겨우 일좀 가르쳐놓으면 임금 조금 더 준다는 곳으로 도망가버린다” “국내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임금을 똑같이 줘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체불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오히려 국내 근로자보다 근로환경이 더 낫다” 등등 불만이 상당했다. 십분 이해가 가는 얘기들이다. 일도 잘 못하는 것 같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근로자와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된다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될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 및 직업 차별에 대한 협약(제111호 협약)을 정해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ILO 가입국가인 한국은 이 협약을 지켜야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최저임금 도입 취지를 생각해보자. 최저임금은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정해놓은 임금의 최저 수준이다. 최저 생계비는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최저 한도의 생계비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근로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최저 생계비 이하의 임금으로는 노동력이 재생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벌써 몇 년째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ILO에서 탈퇴하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중앙회의 존립 근거인 중소기업이 그걸 원하기 때문에 하는 립서비스 아닌가. 김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이제 유권자의 표에서 벗어나 진정 그를 뽑아준 유권자들을 위해 실천 가능한 일을 해야 할 때다.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배제는 실천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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