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브레튼우즈 체제

아무도 미국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영국 대표로 나선 존 케인즈의 명성도 힘을 내지 못했다. 1945년 12월27일, 정식 조인된 브레튼우즈협정의 골자는 달러화를 매개로 하는 고정환율제도의 도입. 변형된 금본위제도다. 미국 대표 해리 화이트는 자신만만하게 주장했다. ‘금대신 달러를 기준으로 삼자. 언제든지 달러를 금으로 바꿔 주겠다.’ 교환비율은 35달러에 금 1온스. 세계 총생산의 절반, 금(金)의 70%가 미국에 있던 시절이다.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경쟁력 약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월남전으로 재정적자가 쌓이며 달러가치는 날로 떨어졌다.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쇄도, 연방금고의 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자 미국은 손을 든다. 1971년 8월 닉슨의 교환정지를 선언으로 브레튼우즈체제는 막을 내린다. 대신 등장한 게 1971년 12월 스미소니언협약. 달러가치를 내리고 금으로 바꿔준다는 보장도 없앴다. 달러의 지위는 약해졌지만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은 그대로 남았다. 금환본위제에서 달러본위제도로 이행한 셈이다. 달러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변동환율제도 바꾼 킹스턴체제(1976년)와 엔화가치를 2배 이상 평가절상한 플라자합의(1985년)까지 거쳤지만 달러는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적자 탓이다. 그럼에도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다. 빚이 아무리 늘어도 미국의 소비와 지출은 줄지 않는다. 외환위기라는 것도 없다. 달러화를 찍어내면 그만이다. 미국의 화폐주조차익(seigniorage)은 연간 160억달러에 이른다. 부담은 전세계의 몫이다. 브레튼우즈체제는 한참 전에 죽었지만 미국 돈의 세계지배라는 틀은 여전히 살아 있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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