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27일째인 12일 여전히 29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관군합동구조팀은 선체 진입로를 새로 개척해 수색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남 진도군청에 설치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을 열고 "4층 선미 중앙 다인실 벽면이 일부 휘어져 내리면서 좌측 다인실 벽면과 맞닿아 통로가 거의 막힌 상태"라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산소절단이나 폭약 이용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했는데 중앙 다인실에서부터 장애물을 제거해가며 벽면을 뚫고 들어가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4층 선미 좌측 다인실에는 여럿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장 수색이 어려운 공간으로 꼽힌다. 세월호가 왼쪽으로 90도 돌아누우며 이 공간은 수심이 40m 이상으로 깊어졌고 객실 내부의 가구와 이불, 카펫 등이 쏟아지면서 적재물 밑에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선체가 오랜 기간 바닷물에 잠기면서 벽면이 휘어져 진입로까지 막히자 구조팀이 새로운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밖에 4층 선미 다인실 통로와 선수 좌현 객실 통로, 5층 선수 승무원 객실 통로와 중앙 특실 통로 등도 벽(칸막이)이 물러져 붕괴 위험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대책본부는 잠수사 안전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수색 계획을 바꿀 방침이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사고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며 이 기간 수색이 중단되는 등 구조작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오전7시 풍랑주의보가 해제된 뒤에도 너울을 동반한 1.5m 높이 파도가 계속됐고 바지선 연결 줄까지 끊어지면서 수색은 계속 지연됐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구조장비 손상은 없으므로 날씨와 조류 여건만 나아지면 바로 수색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이날 구조팀 128명을 투입해 3층 선미 좌측 격실과 4층 선수 다인실, 선미 다인실 등을 수색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4시 현재 세월호 사망자는 275명, 실종자는 29명으로 사흘 전과 같다.
실종자의 시신 유실 방지 작업 역시 기상 악화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풍랑특보 기간 500톤 이하 저인망 어선 등이 항구로 대피하면서 해상 수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폭풍우를 피했던 함정 162척이 차례로 해상 수색에 복귀했지만 피항 기간 중 거센 물살과 조류로 일부 시신이 먼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80㎞가량 떨어진 거리에서도 세월호 유실물이 수습됐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수색 범위를 90㎞로 늘렸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기상이 나아지는 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실방지 수색활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