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맘때면 ‘벌써 한해의 막바지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창 밖으로 시선을 보내게 된다. 흔히 시간을 쏜살에 비유한다. 그런데 이는 빠르기에 빗댄 비유라기보다는 되돌릴 수 없다는 특성에 대한 비유로 들린다. 시간의 속도를 빠르다거나 느리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흐르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지만 과연 그토록 객관적인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공간과 서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우리는 시간이 심리와 연결돼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시골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도시에서의 시간은 빨리 간다.
흥미로운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고 지루한 상황을 견딜 때는 시간이 한없이 더디다. 연인과의 한나절은 찰나 같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1분은 영원 같을 것이다. 시간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왜곡된다. 사람마다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는 6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각자 다른 상황을 주고 자신이 느낀 시간의 흐름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학생들은 영화를 볼 때, 시험 칠 때, 춤출 때, 컴퓨터게임 할 때, 운전할 때는 실제 걸린 시간보다 짧게 인지했고 재시험 볼 때, 일할 때, 줄 서서 기다릴 때는 실제시간보다 더 길게 느꼈다.
흡연자가 금연상태에 들어가면 비흡연자가 느끼는 시간보다 최대 50% 이상 시간을 길게 느낀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체감시간은 환경에 의해서도 달라지는데 빨간색에 둘러싸여 있으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초록색이나 파란색의 경우에는 짧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심리적인 시간의 흐름은 뇌의 뉴런 구조와 연결돼 있고 도파민 수치를 바꿈으로써 인위적으로 생체시간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나이에 따라서도 시간의 속도는 달라진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1분을 헤아리게 하면 대개 아이들은 1분이 되기 전에 눈을 뜨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1분이 지난 뒤에 눈을 뜬다고 한다. 이처럼 심리적 시간은 호기심과 긴장감ㆍ의욕ㆍ집중력 등과 관련돼 있다. 두뇌활동 정도에 따라 시간의 길이를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시간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넘어간다.
<제공:한국뇌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