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성모·이소라·신승훈·넬·이승환은 있지만, 걸스데이·갓세븐·방탄소년단·비투비는 없는 것은? 바로 음악감상회, 줄여서 '음감회'다. 새 음반을 처음 선보이는 무대가 '쇼케이스'에서 '음감회'로 바뀌고 있다. 듣는 음악의 시대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음감회, 왜?=4년 만에 새 음반 '윈드 오브 체인지'로 활동을 재개한 가수 조성모는 지난 24일 서울 청담동의 재즈클럽 원스인어블루문에서 음감회를 열어 자신의 신곡 '유나야'를 처음 들려줬다. 이 자리에서 조성모는 "나는 비주얼 가수도 아니고 퍼포먼스형 가수도 아니다"라며 "그냥 가슴을 열고 음악을 들어주시기를, 이 음악을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그의 신곡은 이날 오후 음원 사이트에서도 공개됐고 싸이월드 뮤직차트 등에서는 조성모의 노래가 상위권을 점령하는 이른바 '줄세우기'의 진풍경을 보여줬다.
오는 4월 8일 6년만에 8집을 선보이는 가수 이소라는 음반 발매에 앞서 31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음감회를 연다. 이소라 측은 특히 '프리미엄 음감회'에 중점을 두고 스피커와 음향시설 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도록 신경 썼다. 이 음감회는 음악 관계자 및 전문가 외에 일반인들도 음원사이트 이벤트를 통해 참여신청을 받았고, 참여 경쟁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후문이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음악감상실'이 있어 듣는 음악 만을 위한 공간이 존재했지만,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아이팟과 스마트폰 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발달하면서 어느덧 '음악감상'이라는 단어조차 희미해졌다. 더불어 뮤직비디오의 확산과 유튜브 이용자 급증으로 '보는 음악'이 '듣는 음악'을 앞지르게 됐다. 한류와 K팝의 핵심으로 '비주얼 가수','아이돌 그룹','퍼포먼스형 가수'들이 활약하면서 그같은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첨단 문명의 반작용 격인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복고 열풍과 발맞춰 '비디오형' 가수에 이은 '오디오형' 가수의 복귀가 눈에 띄고 있다. 음감회의 증가는 이같은 추세의 단면이다. 음악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 등에 대한 높은 인기 역시 이같은 분위기의 방증이다.
◇음감회, 누가?=원래 음감회를 통한 신곡 공개는 인디뮤지션 같은 자금력과 홍보력이 부족한 비주류 음악인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를 주류 무대로 끄집어 낸 것은 '가왕' 조용필이었다. 지난해 4월 음감회와 함께 발표된 조용필의 19집은 '조용필 신드롬'을 낳았다. 이어 이적, 신승훈, 넬, 이승환 등이 음감회로 새 음악을 들려줬다.
이른바 '음감회' 가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가창력을 담보하고 음악성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 이들은 음원 위주인 최근 음악시장의 형태와 달리 '앨범'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음반 구매의지가 높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가수일 뿐 아니라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감회에서 앨범 전체를 차분히 들으며 한곡 한곡의 숨은 뒷얘기도 소개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쇼케이스' 가수들은 타이틀곡을 중심으로 많아야 싱글 2~3곡을 선보이며, 활동 기간 중의 콘셉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이소라의 음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진영 포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음악 그 자체로 승부수를 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음감회를 기획했고 제대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에서 첫 선을 보이고자 한다"며 "더불어 음악계 영향력있는 VIP와 팬들을 통한 사전 입소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음감회형'과 '쇼케이스형' 가수는 구분된다"라며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커질수록 음감회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