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8월 30일] "날아갈 듯 기쁘다고요?"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이후 잠잠했던 불법 사행성 게임장과 각종 도박장이 최근 들어 또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 농어촌 지역으로 우후죽순 파고드는가 하면 인터넷 도박사이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필자에게도 불법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스팸 메일이 하루 서너건씩 날아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인터넷 도박으로 한달새 1,000만여원을 날린 사람이 전화를 걸어 불법사이트의 처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바다이야기’ 파문이 재현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도박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일에 금전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거는 일이다. 또한 중독의 영어단어인 ‘addiction’은 ‘~에 사로잡히다’ ‘~의 노예가 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addicere’에서 유래했다. 요즘 유행하는 ‘holic’이라는 단어는 원래 알코올 중독자를 칭하는 ‘alcholic’에서 접미어가 ‘ic’가 아닌 ‘holic’으로 잘못 사용된 것이지만 이제는 영어사전에도 중독자를 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홀릭’은 우리말의 ‘홀리다’와 비슷하게 들려 새삼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박이란 큰 배를 의미하고 큰 배는 이득을 상징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얻게 되는 큰 이득이라는 뜻이 된다. 결국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우연히 얻게 되는 큰 이득에 사로잡힌 ‘노예’와 다름없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중독되는 것은 큰 이득이라기보다는 대박을 경험했을 때의 그 느낌이다. 도박중독자에게 그 느낌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답인즉슨 이렇다. “스릴 있다” “짜릿하다” “날아갈 듯이 기쁘다” 등등. 하지만 이런 반응은 도박의 결과가 가져올 참담한 종말을 간과한 탓이다. 사실 날아갈 듯한 기쁨은 우리가 일생에서 과연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Too good to be true’라는 영어 숙어가 있다. ‘어떤 일이 사실이기에는 너무 좋다. 결과가 너무 달콤해 그것은 거짓이고 실제가 아닐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스릴과 짜릿한 기쁨에다 커다란 금전적 이득까지 주는 활동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 즉 환상의 범주라 할 수 있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때 맛본 대박의 경험을 갈망하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도박에 중독돼 패가망신한 사람을 우리는 흔히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모자란 탓일 뿐이다. 2008년 흡연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0.4%다. 이는 1992년의 75.1%에 비하면 절반으로 감소한 수치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매년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연을 위한 그 동안의 예방 노력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아무도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 유학 시절 비오는 날 학교건물 귀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흡연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한 위험에 대한 경고와 생활에서의 강제적인 불이익 및 불편함은 많은 사람들의 흡연 시작을 막고 금연하게 만든다. 이렇게 환경이 조성된 다음에야 우리는 어떤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 있다. 현재 도박산업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번창한 외국에서는 도박산업을 규제하고 금지하기보다는 ‘책임감 있는 도박’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성숙됐다는 증거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도박중독의 부작용 및 폐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독자는 물론 일반인이 도박의 위험과 참담한 결과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행사업자들도 그들의 산업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정직해져야 한다. 사행심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이고 그것을 통해 여가와 오락을 즐기려는 동기까지 금지하려고 하면 불법사행산업의 양산이라는 해악을 가져올 것이다. 사행산업의 순기능은 살리면서 부작용 및 폐해는 철저히 알리고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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