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영화 '한류열풍' 이어가려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영화는 거침없이 내달려왔다. 관객점유율은 50%를 훌쩍 넘겼다. 지난 4월에는 ‘왕의 남자’가 전국관객 1,200만명 동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는 매일매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 영화의 이 같은 약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외에서의 낭보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제작 중인 한국영화가 일본에 입도선매로 수출된다는 뉴스도 이제는 먼 나라 얘기가 돼버렸다. 영화뿐 아니라 TV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전락한 것일까. 우리 영화계 내부의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가 됐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 급선무 첫째, 과연 우리가 시장성 있는 상품을 팔아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영화에 가장 호의적인 일본시장의 변화를 보면 왜 그런지 답이 나온다. 지금까지 한류는 몇몇 배우에 크게 기댄 감이 없지 않았다. 콘텐츠의 내용과 질로 승부하기보다는 주연 배우에 초점을 맞춘 기획을 내놓기 일쑤였다. 한국영화의 일본 수출 단가는 2004년 말 300만달러 수준이 최고였으나 지난해 최고 한류 스타 주연의 영화는 무려 700만달러 정도에 일본으로 팔렸다. 여타 작품들의 판매가도 500만달러 이상이었다.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일본 영화계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류 스타가 출연한 작품은 흥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에서 참패했다. 이제 그들은 한국영화 수입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자기 반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본의 냉담한 반응은 한국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질이 담보되지 않은 한류 상품에는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둘째, 영화 판매가격 협상에 있어 우리의 전략이 부족했다. 영화사는 물론 언론도 이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 영화사들은 200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영화가 일본에 높은 가격에 팔리자 경쟁적으로 판매가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매체들은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듯 연이어 최고가 경신을 외쳐댔고 영화사들은 이 내용을 국내 홍보용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적 가격 상승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본은 우리 언론에 보도된 ‘사실’들을 근거로 한국영화 수입가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결국 작품 판매 협상을 하면서 우리 패를 미리 다 보여준 것이다. 이전 같으면 벌써 입질이 있어야 할 한류 스타 주연의 작품들에 대해 일본의 영화수입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당고(談合ㆍだんごう)’에 익숙한 일본 특유의 결집력이 영화사간에도 나타난다면 일본은 더 이상 만만한 시장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영화계는 여전히 일본시장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로 꾸준히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한 작품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강했다. 일본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류 스타만 부각하기보다는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에 한국적 특성을 가미한 콘텐츠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좋은 예다. 한ㆍ일 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는 일본 원작을 우리 영화로 재가공해 수출한 작품이다. 최근 일본 원작의 영화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열풍이 일본시장을 강타하는 태풍이 되기를 기대한다. 수출도 직배방식으로 전환을 아울러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수출하는 현재 판매 방식을 비록 위험 부담이 높기는 하지만 직접 배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당 수준의 수업료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지만 직배망 구축은 장기적으로 우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수익을 늘리고 한류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최고 흥행작 ‘왕의 남자’를 손쉽게 일본에 넘기지 않고 직배라는 어려운 방식을 택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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