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LG카드 처리문제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추가 담보제공으로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외환카드 역시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결론이 나면서 두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이제 공은 LG그룹으로 넘어갔다. 구 회장이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담보로 맡긴 것은 자신의 `전부`를 내건 것과 같다. 배수진을 치고 LG카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카드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LG그룹 전체가 위기로 몰릴 수도 있으며, 그룹 총수의 경영권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LG그룹이 이 정도 의지로 카드 살리기에 나선 이상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근원처방을 할 것이며, 그 정도 역량은 된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 자금지원으로 선회= 채권단은 당초 LG그룹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되, 자본확충과 대출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담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특히 구 회장이 연대보증 서명을 통해 개인자산까지도 처분하겠다는 강력한 회생의지를 보여달라며 LG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구 회장이 이날 그룹의 경영권 상실 위험까지 감수하고 지주회사인 ㈜LG 지분 등을 추가로 내놓기로 함에 따라 지원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측이 제시한 카드와 증권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요구했다”며 “추가 담보에 대한 확약서가 제출되는 대로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 LG카드 살리기 용단=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을 포함,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 전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LG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구 회장이 이날 담보로 추가 제공키로 한 ㈜LG 지분 5.46%(시가 1,236억원)는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을 내건 것으로 봐야 한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추가담보 제공 결단은) 경영권에 대한 개인적 입장보다는 그룹과 국가경제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반드시 LG카드의 경영을 정상화 시켜 일등LG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LG 측이 카드문제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LG카드 자체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룹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 전략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채권단이 구 회장 등을 상대로 최강의 자구수단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으로 LG카드의 위기가 그만큼 촉박했기 때문이다.
한편 LG그룹은 구 회장의 결단으로 일단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준비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유상증자 1조원, 외자 7억달러를 유치하는 동시에 채권단으로부터 2조원을 지원 받아 LG카드 경영부실을 단기간에 털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채권은행 자금분담액 확정=이날 채권단 내부에서는 한때 이날 일부은행이 추가분담액을 적게 내기 위해 채권신고액을 적게 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다른 은행들이 반발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날 오후 강도 높은 중재에 나서면서 당초 분담액을 수용했다. 은행별 지원액은
▲농협 5,140억원
▲국민은행 4,370억원
▲산업 2,878억원
▲우리 2,463억원
▲기업 1,686억원
▲하나 1,297억원
▲신한 1,137억원
▲조흥은행 1,030억원 등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LG카드가 일단 정상화의 가닥은 잡았지만 앞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할 경우 다시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최인철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