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수학노트] 돈에 집착하지 말자

이상택(안양병원 이사장)나이가 들면 이상한 것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냥갑·구둣주걱·양주병 등을 혼신을 다해 모아대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때문에 가족들은 그것들을 보관하느라 곤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약간의 치매 현상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별로 큰 돈은 안들고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으니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넥타이 찻잔 시계 카메라 구두 모자 따위를 수집하느라 비용깨나 들이기도 한다. 일정한 관점이나 방침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갖고 싶어서 사 모으는 것이다. 그것도 정리해 보관하기 보다 아무렇게나 난잡하게 처박아 두는 게 흔하다. 젊은시절과 달라 중년이 지나면 사소한 돈에는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더구나 평소에 자주 어울리는 사람을 위해 낼 돈은 깨끗이 내도록 한다. 같이 음식을 먹고 나서 나중에 나오려고 뭉기적거리거나 지불하기 전에 나와버려선 안된다. 또 내기를 해서 졌으면 그 자리서 깨끗이 지불하는 게 좋다. 사소한 돈에 얽매인 탓으로 친한 사람과 멀어져버리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고 나서 『이렇게 많은 유산을 남겼구나』하고 주위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가 생전에 냉혈적 구두쇠였다면 무엇 때문에 이만한 재산을 남겼을까 싶어서 측은하기도 하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 줄 궁리에 바쁜 사람들이 있다. 큰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은 인생에 대한 적극성도 자립성도 결핍되기 일쑤다. 세상의 평판은 나쁘지만 큰 재산만 물려준 아비의 자식과, 비록 유산은 없으나마 세상평판이 좋았던 아비의 자식과 그 어느쪽이 자식의 인생에 좋을 것인가. 사람이 영생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오늘날 고령자는 젊은 시절에 지지리도 가난한 세상을 살아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쓰지 않고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반면 헤푸게 쓰는 것은 큰 죄악이었다. 그러나 제법 풍요로워진 오늘날 묵은 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해 출자할 때다. 재물을 지녔거든 쓸 수 있는 동안에 유익하게 쓰자. 나이가 들어서는 돈이나 재물에 대해 초연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 보다도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겨 원하는 일에 그 시간을 쓰자. 돈을 낼적 마다 어쩐지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내심 살펴보면 자신이 살아 온 인생살이 속에서 원인을 발견케 될 것이다. 재산을 쓸 데도 없고 다 써버릴 수도 없다. 또 아무리 값진 보화를 지녔을 망정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의 노후는 쓸쓸하고 비참할 뿐이다.입력시간 2000/03/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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