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소매채권시장 활용하자

주식투자 격언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는 말이 있다.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라는 뜻인데 이는 비단 주식투자에만 해당되는 격언이 아니다. 유대인이 경전으로 삼고 있는 탈무드에 보면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돈을 세 부분으로 나눠 3분의 1은 토지에, 3분의 1은 사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예비금으로 보유하라’는 말이 나온다. 이 격언을 현대에 적용한다면 토지는 부동산, 사업은 주식, 그리고 예비금은 채권이나 예금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금의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면서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투자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효율적인 자산배합을 흔히 최적 자산포트폴리오라 부른다.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는 투자자금의 성격과 투자기간이다. 예를 들어 주택구입이 목적이라면 실거주 목적 외에 장기적인 가치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해당 투자자금에는 거주 목적에 장기투자라는 성격이 가미된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적금 등을 통해 마련된 목돈을 가급적 원금 훼손 없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투자기간은 장기로 하면서 가급적 원금 훼손을 피할 수 있는 상품, 다시 말하면 은행예금이나 우량채권 등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반면 위험 중립적인 투자자들은 주식 또는 주식형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 50% 정도, 채권이나 예금과 같은 안정자산에 50% 정도를 투자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종류가 다양해 예금 등의 다른 안정자산과 비교할 때 그 선택의 폭이 넓다. 일례로 국채는 국가가 원리금을 지급하므로 안정성이 높다. 따라서 5,000만원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는 예금보다 안정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또 회사채에 투자하게 되면 예금보다는 다소 위험도가 높지만 그대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뿐아니다. 투자기간에 맞춰 만기가 다양한 채권을 선택할 수 있다. 매입한 채권은 만기가 되기 전이라도 자금이 필요하면 시장을 통해 매각할 수도 있다. 또 표면금리에만 과세되기 때문에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을 택하면 세금면에서 절세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채권은 큰 금액으로만 거래돼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일반인들이 증권선물거래소 채권시장을 통해 채권을 구입하려해도 국민주택채권과 지역개발채권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채권상품들은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기 때문이다. 장내 유통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증권사나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같은 채권인데도 도매시장인 기관투자가 거액 거래가격과 소매시장인 증권사나 은행창구를 통한 소액거래 가격의 차이가 매우 컸다.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소액투자자의 채권투자 메리트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이다. 도매시장에 비해 소매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증권선물거래소는 일반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돼있는 채권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소매채권전문 딜러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증권사 등 전문딜러들이 소매채권에 대한 시장조성을 통해 유동성을 증대시켜 개인이나 일반 법인 등 소매채권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채권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이다. 자산배분을 할 때 다양한 채권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커지게 된다. 투자자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산배분은 선택도 중요하지만 같은 수준의 투자위험도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의 주식가격 상승으로 전체 운용자산 중에서 주식의 비중이 늘어났다면 늘어난 만큼의 주식비중은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위험 중립형 투자자의 경우 주식가격의 상승으로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주식비중이 당초의 50%에서 70%로 늘어났다면 20%만큼의 주식비중은 매각해서 원래의 위험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초대비 주가가 큰 폭의 상승을 한 현시점은 주식의 비중을 줄이고 소매채권시장을 통해 안정도가 높은 채권자산의 비중을 높힐 수 있는 적기인 것이다. 또 소매채권 전문딜러들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채권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채권투자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경영면에서도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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