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명차 나들이] 고속주행에도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된 승차감 연출

스바루 레거시 3.6



지난 2월 경기도 이천의 한 스키장. 당시 스바루의 레거시는 스키장 슬로프를 거침없이 오르내리며 '4륜 구동 박서엔진'의 자신 있는 데뷔전을 치렀다. 눈 위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주행 성능을 보였던 레거시가 도로 위에선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궁금했다. 불빛이 흐린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레거시는 멀리서도 포스가 느껴질 만큼 강인한 실루엣을 과시했다. 여럿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낯선 로고를 굳이 확인하지 않고도 레거시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스바루 로고를 중심으로 날개 모양으로 디자인된 프론트 그릴과 노려보는 맹수처럼 눈 꼬리를 치켜 뜬 공격적인 헤드램프가 레거시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탓이다. 한마디로 첫 인상은 날렵하진 않지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를 품고 있었다. 최근 쿠페 스타일을 많이 채택해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여타 수입차 모델과 달리 언뜻 따분해 보이는 단순함을 두고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운전석에서 만난 레거시의 인테리어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마치 미쓰비시와 토요타 차량들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차원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장식적인 장치는 사치라고 말하는 것 같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다. 실내 공간은 3.6리터급 동급 모델보다 훨씬 넓었다. 시동을 걸자 일본차의 정숙성이 느껴진다. 조용히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무난한 시내 주행을 끝내고 스바루가 자랑하는 '4륜 구동 박서 엔진'의 성능을 시험할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자 크지 않은 엔진음을 발산하며 순간 차가 울컥한다. 순간 가속을 할 땐 차가 반박자 느린 듯 하지만 네 바퀴의 회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고속주행시 견고한 승차감을 연출해 냈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서 이 차의 묘미가 나왔다. 속도가 붙을수록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안정된 승차감이 그것이다. 피스톤이 좌우로 마주보면서 수평하게 움직이는 '박서 엔진'덕분으로 진동이 적은 데다 차체의 무게 중심이 낮아 주행성능과 승차감이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4륜 구동의 활약은 급커브에서 이뤄졌다.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 레거시는 흐트러짐이 없이 도도한 자태를 유지했다. 탄력적인 핸들링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입차 막내로 지난 4월 한국에 상륙한 스바루는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해외에선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으로부터 최고 안전등급인 별 5개를 받아 성능과 안전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얼마 전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의해 중형세단 부문 '2010 가장 안전한 차'로 꼽혔다. 4륜 구동에 3.6리터급 차량의 연비가 리터당 9.1km나 된다. 가격은 4,190만원. 이 정도 성능에 가격이 나쁘진 않지만 아직 떨어지는 브랜드 인지도 탓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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