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교실/후순위채권] 변제순위 늦지만 고금리 '매력'

은행 BIS비율 관리등 위해 경쟁적 발행연말 결산을 앞두고 은행들의 후순위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파산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채권변제 순위가 일반채권보다 늦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은행들의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등 자산이 증가하는 만큼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증시여건이 좋지 않아 증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 규모를 키우게 된다. 그러나 후순위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발행규모가 늘어날 경우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도 증가한다. ▶ 후순위채권의 정의와 종류 후순위채권은 파산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반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채권액을 전액 변제 받은 후에나 지급청구권의 효력이 발생하는 채권을 말한다. 상환기간별로 만기 5년 이상인 하위기한부 후순위채권과 10년 이상인 상위기한부 후순위채권으로 나뉜다. 상위기한부 후순위채권에는 만기가 아예 없는 영구 후순위채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적은 한번도 없다. 국내 상법은 국내에서 발행하는 모든 채권은 만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후순위채권의 경우 은행이 만약 청산할 때 상환의무가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표시 통화별로는 원화 후순위채권과 외화후순위채권이 있다. 국내은행들의 경우 전체 발행규모에서 원화후순위채권과 외화후순위채권이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변제순위가 늦은 만큼 금리는 일반 채권보다 높다. 개별 은행의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후순위채의 금리는 만기가 같은 국고채나 산금채 금리보다 보통 1%포인트 이상 높다. ▶ 후순위채권 발행 이유 일반 차입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한 후에 후순위채권에 대한 변제 의무가 있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후순위채무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6년 7월 당시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상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는 기한부 후순위채무를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산출기준'상의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BIS기준에서는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전통적 자기자본을 '기본자본'으로 규정하는 이외에 자기자본으로서의 충실도는 낮으나 자기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는 기한부 후순위채무, 유가증권평가익, 재평가적립금, 대손충당금 등을 '보완자본'으로 규정, 자기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증시침체로 유상증자 실시 등을 통한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주 효과적인 자본확충수단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근 들어 후순위채를 주요한 자기자본 조달수단으로 활용중이다. 물론 발행한 후순위채 모두가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한부 후순위채무는 기본자본의 50%이내에서만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고, 잔존 만기가 5년 이내가 될 경우 매년 후순위채무의 20%씩 보완자본에서 차감된다. 만기가 돌아왔을 때 자기자본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은행들은 적어도 매년 차감되는 규모만큼 후순위채권을 새로이 발행하고 있다. 후순위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발행 확대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후순위채를 매입하면 분리과세가 가능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데다 은행들의 경영실적이 좋아지면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를 갖추고 있는 금융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 은행 경영건전성 저하 가능성 은행들이 BIS비율 관리 및 외형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함에 따라 내실 있는 구조조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비용부담에 따른 은행건전성 저하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감독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은행이 후순위채 매입기관에 대해 대출ㆍ지급보증서 발급ㆍ제3의 금융기관을 통한 우회대출 등을 통해 기한부 후순위 매입 자금을 간접 지원할 경우 은행의 실질적 자기자본비율 제고 효과를 상쇄시킬 뿐만 아니라 금융질서문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 당초에는 만기 이전에 상환하는 것도 금지시켰으나 지난 해 9월부터 후순위채무를 상환한 후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은행에 한해 대체적인 자본조달 없이도 기한부 상환을 허용했다. 후순위채무는 만기가 5년 이상이고 채무부담 금액이 거액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 등이 중도해지 할 경우 은행의 안정적인 자기자본 비율 유지가 곤란하게 되고 유동성 리스크 발생 등의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어 기한 전 상환을 금지했었다.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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