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5일’ 넘어야할 산 많다

우리나라에서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시험적으로 추진되던 주5일 근무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곳은 은행이다. 자본주의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다루는 은행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다른 부문에서 이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은행이 주5일 근무제를 일찍 도입할 수 있었던 데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다. 은행에서는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이자가 꼬박꼬박 수입으로 계상이 되기 때문에 토요일에 쉰다고 해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경비절감을 통해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국회 입법으로 주5일 근무제가 내년 7월부터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도국들도 이미 하고 있는 제도이니 못할 것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앞으로 1년도 안 남은 기간에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로 휴일 숫자의 문제다. 토요일을 쉬게 되면 주말 휴일이 1년에 104일, 연차휴가가 최대 25일, 국가공휴일이 17일, 합계 146일이 되며, 회사 창립기념일이나 경조사 등 약정휴가를 합치면 150일이 넘을 수도 있다. 물론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수도 있고 근속 년수가 적으면 줄어들 수도 있으나 휴가일수가 일본보다 많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공휴일 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 어린이날과 식목일 이틀 정도 줄이는 것이 논의되고 있으나 국제수준에 맞추려면 4일 정도를 줄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주5일 제도의 도입에 따라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약정휴가 제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임금보전의 방법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근로자의 현재 임금수준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는데, 이를 어떻게 보전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노동연구원에서는 최소 2.9 %에서 7 %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업 측에선 15% 많게는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연월차 휴가나 생리휴가가 임금보상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관건이다. 우리의 임금체계가 초과수당, 휴일수당, 연가수당 등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기업, 모든 사람에 맞는 임금보전의 공식이 도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설사 도출이 되더라도 그 결과로 그 기업이 채산성이 안 맞아 도태되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하되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한 처방이다. 법에서는 중소기업의 주5일제 시행시기를 2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 늦춰 놓았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주는 것만으로는 전혀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현재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는 임금격차도 크고 근무환경에도 많은 차이가 있어서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지금도 주 5일 근무를 하는 지를 묻는 구직자가 있다고 하는데 대기업이 주5일제 근무를 하게 되면 중소기업이 유예기간 동안 사람을 붙잡아 두기란 정말로 힘들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책을 바로 마련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자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며 중소기업의 근무환경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넷째 여가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가난했던 시절의 한풀이로 먹고 마시고 나다니며 노는 것 위주의 소모적인 소비문화를 갖고 있다. 월 수입은 현재 수준에 그치고 쉬는 날은 늘어날 주5일제 시대에 이러한 소모적인 여가활동을 계속한다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낭비다. 따라서 늘어나는 휴일을 자기 능력 계발과 재충전을 위한 휴식으로 활용하는 여가문화 정립이 꼭 필요하다. 이번 입법과정에서 단계적 점진적으로 주5일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험을 많이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2년만에 주5일제를 전면 시행한 경험도 있다. 우리의 특성상 법에서 의도하는 바와 관계없이 실제 변화가 매우 빠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의 대비가 필요하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