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래비전 상실한 기업자구책

지난 한 주 언론을 통해 쏟아져나온 세 기업의 자구계획을 본 심정이 착잡하다.

STXㆍ동양 등 일련의 사태를 겪은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냉랭한 태도가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고강도 자구책 요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요구가 대상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듯 보인다는 점이다.

동부가 동부하이텍을 매각한 것은 안타깝다. 동부는 지난 15년간 비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동부하이텍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해왔다. 이에 따라 동부하이텍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고 동부그룹이 올 2월 대우전자를 인수하며 동부하이텍과의 시너지까지 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아쉽다.


해운회사들의 자구책도 눈물겹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그간의 계열분리 꿈을 접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측근인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을 사퇴시킨 것은 물론이고 사옥과 터미널 지분매각 등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채권단의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인수 전 이행보증금 반환을 통해 2,388억원을, 신속인수제를 통해 2,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지만 여전히 높은 부채 비율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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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원망스러울 법하다. 채권단과 금융 당국이 숫자로 나타나는 부채 비율 등을 개선시키기에 급급해 기업들의 미래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얘기도 다르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며 "높은 부채 비율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정리하고 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조급함이 해당 기업의 명운을 넘어 국내 해운업, 더 나아가 산업계 전체의 재도약 발판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산업이 금융에 종속되면서 한국 산업계는 사실상 상시적인 구조조정 상태에 들어가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시황이 악화할 때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한다면 시황이 회복했을 때는 막상 써먹을 자원과 사람이 없기 마련이다. 한국 산업계에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구조조정은 현재가 아닌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금융권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금융권의 소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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