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페루의 꿈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한 지난 13일 아침 현지 유력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는 새로운 광구 개발계획 소식을 1면 톱뉴스로 소개했다. 미국계 석유회사인 바레트 리소스가 페루 북부 에콰도르 접경 아마존 지역의 67광구에서 오는 2010년부터 최고 10만배럴 수준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유전 개발을 위해 총 400㎞ 송유관을 건설하고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소개됐다. 페루 국영 석유회사 페루페트로의 호세 로페즈 사장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67광구 개발을 위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페루 정부는 계약 조건이나 세금 등 각종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석유 개발 전문가들은 67광구의 매장량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실제로 일일 10만배럴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을 품었다. 아마존 정글 북쪽의 광구 위치상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로는 본격적인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페루는 원유 수입국에서 원유 수출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 페루의 원유 소비량은 일일 15만배럴인데 비해 원유 생산량은 8만배럴 수준이다. 따라서 아직은 원유를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67광구의 10만배럴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페루에서는 국내에서 충분히 쓰고도 남아 수출할 물량이 발생하게 된다. 설창현 한국석유공사 페루사무소장은 “이 나라 국민들은 그동안 원유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왔다”며 “앞으로 몇 년 후 원유 수출국이 된다는 뉴스만으로도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귀띔했다. 페루는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 원유 및 가스 개발 투자금의 거의 전액을 외국 자본으로 충당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페루의 꿈’은 아마존 정글 땅속 깊이 숨어 있을지 모를 자원을 캐내 원유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한때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킨 ‘남아메리카 자원민족주의’ 열풍은 찾아볼 수 없다. 페루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은 어쩌면 한국 기업의 몫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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