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우승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거둬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지난 2일 KLPGA 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승현(22·우리투자증권)은 2013시즌 성적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7월 급성장염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노력으로 이겨내고 10월 2년5개월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승현은 퍼트가 장기인 선수다. 다른 샷도 정확하지만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컴퓨터 퍼트다. 올 시즌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9.63타. 김혜윤이 2위(29.67), 김하늘이 3위(30.02)다.
지난 10월27일 열렸던 KLPGA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뜨거운 ‘퍼트 전쟁’이 펼쳐졌다. ‘퍼팅 달인’으로 불리는 여자골프 세계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와 KLPGA ‘퍼팅 여왕’ 이승현이 한 조에서 맞붙은 것. 11번 홀까지 1타 차 선두를 지키던 이승현은 12번 홀(파3)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결정타는 바로 퍼트였다. 박인비가 1m 파 퍼트를 놓친 사이 이승현은 3m 버디 퍼트를 성공 시켰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퍼트 실력의 원천에는 퍼팅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하루 2시간씩 꼬박꼬박 연습하는 게 지루할 법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원하는 대로 굴려보며 새로운 걸 느끼고 배우는 게 재미있다. 볼이 홀 속으로 똑 떨어질 때의 상큼한 기분을 즐긴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퍼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거리감, 즉 스피드다. “열 걸음의 거리 감각을 완벽하게 익혀둡니다. 실전에서 자주 남는 거리이기도 하고 열 걸음을 기준으로 해서 힘 조절을 하면 막연하게 칠 때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거든요.”
거리 조절은 백스트로크 크기로 한다고 했다. 백스트로크는 가능한 한 천천히 하고 전방스트로크는 같은 스피드로 하며 폴로스루를 백스트로크와 똑같은 길이로 해주는 게 비법이라고 했다. 그립은 헤드가 놀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볍게 잡고 그 힘을 퍼팅 내내 유지하는 게 열쇠다. “어드레스 했을 때 퍼터를 빼앗기지 않을 정도의 힘, 최대 악력을 10이라고 했을 때 4 또는 5의 힘”이라는 비유를 덧붙였다. 2m 이내 짧은 퍼트 때는 백스트로크를 일직선으로 빼주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생각은 그녀의 최종병기다. “퍼트는 다른 샷에 비해 1차원적이고 쉽다고 믿는 게 성공의 절반을 결정한다”는 그는 “스트로크부터 볼이 굴러가는 경로, 홀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한 뒤 퍼트를 해보라”고 귀띔했다.
이승현은 올해 퍼트를 앞세워 3억4,800만원의 상금(7위)을 받았고 최근 열린 이벤트 경기 LG패션 왕중왕전에서 우승해 5,000만원의 가욋돈도 챙겼다. 상금을 어디에 쓸 거냐는 물음에 “결혼 비용으로 모아두겠다”며 웃었다. “3살 차이로 언니랑 남동생이 있는데 나한테 투자한 게 많았다”는 그는 “나는 돈을 버니까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노력한 만큼 언젠가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골프의 매력”이라는 그는 올해 2년 5개월 만의 우승으로 그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달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샷 거리 등 약점을 보완할 예정인 이승현의 생각은 이미 2014시즌에 맞춰져 있었다. “상금왕이 목표예요. 최소 3승은 해야 가능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