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죽어라 일해도 최저생계비 빠듯"

인천 택시업계, 요즘 불황 처음

"작년만 해도 여기 인천터미널 앞에서 5분만 기다리면 손님 싣고 나갔는데 요즘은 20∼30분을 기다려도 손님 만나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어차피 시내 돌아다녀 봤자 비싼 기름값만 나가고 허탕치기 일쑤니까 이 많은 택시기사들이 여기 죽치고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는 거지 뭘." 30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정모(58)씨는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매일 일이 끝나고 요금가방 안을 들여다보면 들어있는 돈은 만원권 지폐 몇장이전부다. 1일 10만원 남짓한 요금 수입에 기름값 3만∼4만원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 정씨처럼 택시기사 대부분은 요즘 같은 불황은 없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요금수입이 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고 연료비 등의 지출증가로 순수입이 크게 감소,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법인택시 업계에 따르면 택시운수업체에 고용된 정규직 기사의 경우 소속 업체에 사납금으로 1일 7만5천여원씩 1개월에 200만원 가량을 입금해야 한다. 고정 월급으로는 86만원을 받고 사납금을 초과한 수입액의 60%를 성과급으로 받고 있는데 최근 이 성과급이 점점 줄어 월평균소득이 고정월급을 합쳐도 110만∼120만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인택시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택시 업계는 개인택시 기사들의 소득이 IMF 경제대란을 맞은 1997년에도 1일 평균 10만원은 넘겼지만 최근에는 7만∼8만원이 고작이라고 말한다. 3일 중 1일을 쉬어야 하는 개인택시 3부제 규정에 따라 1개월에 20일 가량 일하면 월소득이 140만∼16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택시공급 증가, 대리운전업체 폭증, 연료비 인상에다 특히 최근의 경기침체 등이 요인이라고 택시기사들은 보고 있다. 현재 인천시에 등록된 택시는 모두 1만3천582대로 1997년에 비해 법인택시는 462대 증가했고 개인택시는 무려 2천175대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대리운전업체들은 택시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야간 시간대의 승객마저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영업중인 대리운전업체는 500여개, 대리운전기사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리운전업계 간 상호 경쟁으로 인천시내 구간 대리운전비가 1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져 승객들도 야간할증요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하기보다는 대리운전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택시 연료로 쓰이는 LPG 가격 역시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계속 올라 2002년의 1ℓ당 400원대에서 최근 700원대로 상승, 개인택시의 경우 연료비로만 1개월에 60만∼7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 운수회사 소속 택시기사 박모(43)씨는 "최저생계비가 110만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우리 택시기사는 죽어라 일해도 그만큼 벌기가 빠듯하니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형편"이라며 "정부에서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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