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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동부증권 분당지점. 오후4시에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주제로 투자설명회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이 10분이 지나도록 단 한 명의 고객도 나타나지 않자 동부증권은 결국 설명회를 취소했다. 동부증권의 한 관계자는 "오늘은 문의 전화가 한 건도 안 왔다"며 "오늘뿐만 아니라 요즘 고객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들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설명회를 찾는 고객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다. 통상 투자설명회는 장이 좋을 때 고객의 참여도 많은데 올 들어서는 유럽 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 재정절벽 우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증시가 부진을 보이자 투자자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7일까지 코스피지수는 7.21% 올랐다. 하지만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는 이보다 훨씬 낮다.
동부증권의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영향으로 증시 상황이 안 좋아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못 올리고 있어서 요즘엔 계좌를 만드는 고객이 한 달에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라며 "이 때문에 투자설명회를 열어도 반응이 별로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정은 같은 날 열린 KDB대우증권 마포지점 투자설명회도 마찬가지. 이날 설명회에는 단 8명만 참석했다. 그나마 정식 설명회에 앞서 패션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는 호응을 보이다가도 정작 본론인 투자설명에 들어가자 반응은 시들해졌다. 저금리 시대에 뜨고 있는 금ㆍ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으나 고객의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도 20분 만에 끝나 본론이 서론보다 초라한 모양새였다.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고객들은 서둘러 세미나실을 빠져나갔다. 설명회에 참석한 고객 박모씨는 "DLS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모바일ㆍ엔터주에 투자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백모씨도 "2년 전에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본 적이 있어서 당분간은 안전 종목 위주로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투자 강의를 한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설명회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건 옛말"이라며 "기존 고객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질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도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