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경제,팔장낀 정부(사설)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가 다시 뒷걸음질 치고있다. 기아사태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불황탈출의 희망에 부풀었다.수출이 늘고 수입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적자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였다. 연구기관들도 경제 전망치를 낙관적으로 수정할만큼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했다. 기업의 경영분위기도 살아나 경기회복에 대비한 전략을 세웠다. 안전위주의 경영전략을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투자확대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기아사태가 살아나고 있는 경제를 급격히 냉각시킨 것이다. 다시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어 가고있다. 기아 충격과 후유증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사태가 기아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 거기에 있다. 기아충격을 결코 기아 문제로만 보고 가볍게 대처, 수습을 늦춰서는 안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경제의 혈맥인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부도공포로 기업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벌기업 몇개가 더 쓰러질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있다. 부도 예고설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있다. ○복합불황의 징조까지 금융기관들은 부도설에 따라 피해를 줄이기위해 돈줄을 조이고 있다. 대출회수에 급급, 신규대출이나 어음할인을 기피하고있다. 상위 3개 재벌그룹외엔 어음 신규할인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부실은행 부실기업의 대외신용도가 추락, 외자차입도 어렵다. 이미 부도유예협약 적용 기업이 자구계획으로 내놓은 부동산에다가 부도리스트에 올라 잔뜩 겁먹은 기업들이 부동산을 매물로 쏟아냈다. 부동산은 팔리지 않고 값만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전반 위기감 확산 신용공황에 복합불황의 징조가 역력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웃나라 일인양 수수방관 자세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서인지 태연자약해 보인다. 명분으로 금융자율,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운다. 개별기업과 은행이 알아서 할일이라는 것이다. 그 명분에다가 통상마찰 가능성과 특혜시비 우려의 이유를 덧붙였다. 이를 구조조정 촉진기회로 활용하려는 속셈도 바닥에 깔고 있는 듯하다.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면서도 그러기에는 위기의 무게가 너무크고 손실이 버거운 것이다. 원론만 고집하기에는 위기의 수준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맡기고 정부가 뒷짐지고 있을 단계가 지났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도 리스트에 오른 대기업이 쓰러지는 또다른 사태를 막을수 없을 것이다. 재무구조가 이미 부도난 기업보다 취약하고 금융기관이 소극적인 현실에서 그럴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의 불개입 명분이 그같은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 걷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질 위험도 없지않다. 이제야 말로 늦기전에 정부가 나서 위기관리 역할을 해야할때다. 실기해서는 더큰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더 늦기전 정부 나서야 구조조정이 기업을 쓰러뜨리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자구노력, 경쟁력강화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래도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은 어쩔수 없지만 살려야 할 기업과 산업, 도태되어야 할 기업과 산업을 구분, 살려야 할 기업은 정부가 회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은 복합불황을 이겨내며 구조조정을 잘 해냈다. 일본의 경우는 축적된 기술 자본력 기업경영환경과 체질 등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급격한 구조조정을 견뎌내기에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되레 기업과 금융의 동반 도산을 자초할 위험이 크다. 구조조정을 견뎌낼만한 자생력이 아직 없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줄곧 관치와 규제에 길들여져온 기업과 금융을 갑자기 자율로 내몰아 놓고서 시장원리를 서두르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만해도 과잉 중복투자가 뻔히 예상되었는데도 허용해놓고서 뒤늦게 자율과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책임을 떠 넘기고 알아서 하라고 물러서 있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