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의 해외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일부 중소형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들의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 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국내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공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해외 CBㆍBW 발행액은 총 17억5,652만 달러(17일 환율 기준 1조7,0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5억1,301만 달러에 비해 3.4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 2001년의 13억6,900만 달러보다도 28.3% 많은 것이다.
특히 해외 CB 발행액은 지난 2002년 7,700만 달러에서 2003년 3억8,795만 달러로 급증했다가 2004년에는 3억8,455만 달러로 소폭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각각 13억3,194만 달러로 폭증했다.
해외 BW 발행액도 지난 2002년 3억7,540만 달러에서 2003ㆍ2004년 각각 1억2,866만 달러, 1억2,846만 달러로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4억2,458만 달러로 급증했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시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코스닥 기업들의 사정과 최근 주가 상승으로 국내 CBㆍBW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발행액이 증가했다”며 “특히 기업들은 BW보다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CB를 주로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외 CB나 BW는 사실상 1개월만 지나면 언제라도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해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주식연계채권 물량이 집중된 코스닥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기관을 이용해 발행된 해외 주식연계채권 가운데 지난해 행사돼 전환된 규모는 무려 6조원에 가까운 59억4,044만달러로 전년(3억4,380만달러)보다 1,627.8%나 늘었다.
최근에도 코스닥 상장기업의 CBㆍBW 워런트에 주로 투자하는 DKR사운드쉐어나 피터벡&파트너, 애머랜스엘엘씨, OZ매니지먼트엘엘씨 등이 해외 워런트를 주식으로 전환해 처분한 상황이다.
더구나 해외 발행 CB의 경우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 투자자를 알기 어렵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CB 등을 발행, ‘외자 유치’를 공시한 뒤 개인 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 모으는 수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기업의 경우 미리 정해둔 해외 투자가가 물량을 인수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공모 사채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사모 사채”라고 말했다. 공모 형식을 표방하기 때문에 1개월 만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투자가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기존의 개인 투자자들은 물량 부담으로 피해가 우려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