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인사이트] 장재진 오리엔트그룹 회장

연못에 머물던 주력제품 올핸 강물로 나가야죠


2011년 인수한 엔진용부품 회사 매출 반토막에도
직원 감원 없이 고부가가치 전기차 부품 개발 성공
적극 M&A로 사업 확대… 매출 1,200억 중견사에
장기 이식센터 활용 '종합바이오기업' 도약 추진도


1987년 설립돼 20여년간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로 수동변속기·엔진용 핵심부품 분야를 선도하던 회사가 별안간 매출이 반토막이 나고 적자도 두 배로 늘었다. 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문제가 불거진데다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서 현대차 1차 협력사 지위를 잃은 탓이다. 이 모든 일이 2011년 오리엔트정공(065500)(옛 넥스텍)이 오리엔트그룹에 인수된지 1년도 안 돼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데 회생의 길을 찾기 어려워 보였던 오리엔트정공이 1년만인 2012년에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했고 이듬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에서도 해제됐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3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고 5년만에 500억원대 외형 회복이 확실시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경기도 성남 오리엔트그룹 본사에서 만난 장재진(54·사진) 오리엔트그룹 회장은 오리엔트정공 이야기를 꺼내자 지난 3년여간의 역경을 회고하듯 말이 없었다. 여러 M&A로 지금의 오리엔트그룹을 세웠지만 오리엔트정공은 장 회장에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난관이었다.


장 회장은 "전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으로 회사가 망가졌지만 기술력이나 직원 역량은 최고가 틀림없다는 믿음으로 현대차를 설득하는 한편 R&D 투자를 늘렸다"며 "적자 늪에 허덕일 때도 직원 월급을 꼬박꼬박 지급했고 감원도 하지 않았더니 직원들은 기존 주력 품목 이외에 섀시 부품까지 품목을 늘렸고, 전기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부품 개발에까지 성공하며 경영정상화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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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동차 전문 용어를 자연스레 읊지만 장 회장은 본래 바이오산업의 젖줄로 불리는 실험동물 분야 전문가다. 1991년 서른살에 불과했던 장 회장은 바이오제노믹스를 설립했고 1999년 세계 최대 신약개발지원 회사인 미국의 찰스리버(Charles River)와 제휴해 국내 유일의 국제표준 고품질 실험동물 생산·공급사로 키웠다.

2003년 장 회장은 갤럭시·샤갈 등 자체 브랜드로 70~80년대를 주름잡던 시계 회사 오리엔트를 인수, 바이오제노믹스와 합병해 오리엔트바이오(002630)로 사명을 바꿨다. 지금의 오리엔트바이오는 실험 쥐 이외에 비글·영장류 등으로 동물군을 확대해 전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소형동물과 중·대형동물을 동시에 다루는 회사가 됐다.

사업영역을 확대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덕에 장 회장은 오리엔트그룹을 실험동물부터 실험장비, 자동차부품, 전원공급장치(SMPS), 시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매출 1,200억원대 종합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는 "모두 동떨어진 영역 같지만 국내 1위 산업용SMPS 기업인 오리엔트전자를 인수하면서 얻은 전력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실험장비를 개발하고,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전자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핵심부품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글로벌 임상대행(CRO) 부문과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계획을 묻자 장 회장은 관상어 '코이' 이야기를 꺼냈다. 장 회장은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5㎝ 남짓 자라는데 그치지만 연못에서는 20㎝까지 자라고 넓은 강물에서는 무려 120㎝까지 자란다"며 "연못에 머물러 있던 오리엔트그룹이 올해는 실험동물·자동차부품·전원공급장치 등 전 주력 제품군의 글로벌화로 넓은 강물로 뻗어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에 중형 실험동물 '비글견'을 수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화에 나선다. 또 2013년 설립한 장기이식연구센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과 임상, 나아가 의료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그간 오리엔트바이오 주가를 출렁이게 만들었던 발모제도 국내 임상 1상을 우선 진행하고 미국에서 2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허가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오리엔트바이오는 2011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USFDA)로부터 발모제 전임상 승인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으나 비용 부담 등으로 지금까지 임상 1상에 착수하지 못해왔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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