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남의 대표적 오피스빌딩인 강남 파이낸스센터는 지난해 말 처음 빈 사무실이 생긴 후 공실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0.46% 수준이던 공실률은 1ㆍ4분기 말 3% 중반으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5% 후반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속속 값싼 빌딩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1월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의 빌딩 한 채를 380억원에 매입했다. 대지면적은 720㎡가량으로 ㎡당 가격은 5,200만원 남짓이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이곳의 시세는 7,5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매매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등 오피스 시장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 시장에도 몰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실물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오피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2일 강남권 오피스빌딩 전문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동ㆍ역삼동 등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50억~100억원 안팎의 중소규모 빌딩 값이 크게 뛰고 있다. 삼성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빌딩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는데 최근 매수세가 부쩍 늘었다”며 “거래도 다시 살아나면서 건물주들도 매도가를 5~10%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 석촌호수 주변의 5층짜리 빌딩은 최근 1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가 매수자가 몰리자 건물 주인이 호가를 135억원으로 대폭 올리는 배짱까지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빌딩 자산관리 전문업체인 포커스에셋의 김민수 대표는 “1ㆍ4분기까지는 빌딩 시장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ㆍ증권가에 몰렸던 뭉칫돈이 빠져나와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매수문의가 2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자산관리 업체인 한화63시티가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권 253개 빌딩의 매매가 및 공실률 등을 조사한 ‘2ㆍ4분기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ㆍ4분기 강남 오피스 건물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1,750만원으로 1ㆍ4분기에 비해 4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정작 오피스 시장의 바로미터인 공실률은 오히려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ㆍ4분기 2.2%이던 강남권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올 2ㆍ4분기 4.4%까지 급등했다. 오피스빌딩은 공실률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악화돼 매매가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의 상황은 이와 정반대의 이상흐름으로 임대수익보다 매각차익을 노린 투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 수익률이 연 2~3%까지 떨어졌음에도 매매가격이 오르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라며 “현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