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이후 주가가 조정에 들어갔지만 철강과 화학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12월 3일 종합주가지수가 736.5포인트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한달 만에 628.3포인트까지 무려 17.2%나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포스코는 1% 밖에 내려가지 않았고, LG화학은 오히려 4%이나 올랐다.
이들 업종이 시장과 반대로 움직였던 첫 번째 이유는 제품가격 강세이다. 연초 한 주간 유가상승으로 PVC가격이 15.8%나 상승했고, 철강 가격도 강세를 유지했다. 이 같은 제품가격 상승은 기업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켜 주가 상승에 일조를 했다.
두 번째는 외국인 매수다. 연초이후 외국인들이 LG화학과 포스코를 각각 80만주와 90만주씩 순매수했다. 이는 1월 2일부터 외국인의 순매수 총액 4,500억원의 33%에 달하는 액수로 지난 몇 주간 외국인 매수가 이들 두 종목을 포함한 화학, 철강주 쪽에 몰렸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시장 근저에 깔려 있는 중국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다. 올해도 중국이 8%이상의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수입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계속 증가할 텐데 우리나라 제품 중에서 화학, 철강이 중국 시장 확대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중국이 주식시장에서 중요 테마가 될 조짐이 있었다. 지난 3년간 세계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중국은 지난 2001년 WTO 가입이후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을 계속 키워 왔다. 비록 아직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GDP의 3.5%에 지나지 않지만 올해만을 놓고 보면 세계 경제 성장의 13%를 중국이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3%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정치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16차 전국인민대표자대회(全國人民代表者大會)에서 사유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이 허용됐다. 이에 비해 미국은 경기 침체 때문에 10년 넘게 유지해 오던 세계 경제 단일 축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가 투자자들이 중국에 다가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은 중국의 두드러진 부상이 주식시장의 테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업종으로는 우선 IT산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중화권(중국, 홍콩, 타이완)에 대한 우리나라 IT제품의 수출 비중이 32%로 높아졌다.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이제 중화권이 우리 IT제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제품별로는 모든 부문이 급증했는데 반도체가 2001년에 비해 95.5% 늘어난 것을 비롯해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가 각각 246.5%, 154.8% 늘어났다. 반도체와 컴퓨터의 대미 수출은 2~5% 정도 감소하고 무선통신기기만 유일하게 5% 정도 증가한 사실과 비교해 보면 IT산업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새삼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 관련 수혜산업인 화학ㆍ철강이다. 경제개발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생산이 부족해 그 동안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려 왔다. 철강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일본과 미국을 합한 것보다 많은 철강을 생산하고 있지만 건축 붐과 자동차 생산 증가로 수입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철강 수입량이 2,300만 톤으로 미국의 2,200만 톤을 넘어선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보여 준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 대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인해 철강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 보면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합작투자 같이 출발부터 잘못됐던 경우가 대다수였다. 당연히 주가도 단기적으로 상승하다 다시 하락하는 부침에 그쳤다.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대중국 관련 기업들이 부상할 경우 중국 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건설ㆍ산업기계 제조업체인 코마쓰는 전체 회사 이익의 40%를 중국에서 거둬들였으며 혼다의 중국현지법인도 두 자릿수의 이익증가를 달성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세계에 노출되면 될수록 그리고 중국 경제의 수요가 공급이상을 유지할수록 주식시장에서 중국관련 기업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이 부분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