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가 뭐길래=전날 오후11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날 때만 해도 342조원(지출액 기준)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자정을 맞춰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할 분위기였다.
그러나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제주해군기지 예산안 처리를 놓고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본회의 상정이 지연됐고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강 의장이 오후11시55분께 본회의 차수를 변경, 오전6시까지 계속된 양당의 막판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당초 여야는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정부안대로 통과시키되 민주통합당 요구사항을 부대 의견에 반영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었다. 부대 의견에는 ▦군항 중심 운영에 대한 우려 불식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 철저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보수 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 등 3개항을 이행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과다 계상된 예산 150억원의 집행을 유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부대 의견만으로는 정부가 약속한 민군 복합형 미항 건설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 전체가 발목을 잡혔다. 결국 강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4차례 협의를 진행한 끝에 '부대 의견 내용을 70일 이내 이행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는 수정안을 마련한 뒤에야 새해 예산안은 가까스로 통과될 수 있었다. 강 의장이 예산안 처리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린 시각은 오전6시5분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었던 본회의 '새해 인사'=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년간 제야의 종소리를 본회의장에서 접했던 연례행사가 올해도 반복됐다. 새해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소관 부처 법안 처리를 지켜보기 위해 본회의장에 대기하고 있던 김황식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자정에 맞춰 국회의원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새해 첫 해가 떠오를 무렵 본회의가 끝났지만 이들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해야 했다. 새해 첫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전 현충원을 참배하는 일정을 동행해야 했다.
강 의장은 예산안 처리 후 "오늘 밤을 새는 과정에서 피차 많은 생각을 했고 이것은 앞으로 국회 운영에 뼈아픈 경험이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